英 브래드퍼드대 연구진, 암세포 결합 과정 영상으로 분석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세포가 종양으로 진행하는 과정은 암 치료제 연구의 핵심 표적이다.
그런데 암세포가 배출하는 특정 단백질이, 휴면 상태에 있는 주변의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자극해 종양으로 성장하게 한다는 걸 영국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26일(현지시간) 배포된 온라인(www.eurekalert.org) 보도자료에 따르면 영국 브래드퍼드 대학의 리처드 모건 분자 종양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과학저널 네이처의 온라인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이 연구엔 하르데브 판다 종양내과 교수 등 서리 대학의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모건 교수는 "종양이 살아남아, 더 커지고, 넓게 퍼지려면 암세포와 주변 정상 세포의 행동을 제어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알아냈다"면서 "이 경로를 차단하는 원리로 암 치료제를 개발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건 EN2라는 단백질이다. 뇌 발달의 초기 단계에 관여하는 이 단백질은 여러 유형의 암세포에서 높은 수위로 발견되기도 한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에 녹색 형광 태그(꼬리표) 분자를 붙이고, 전립선암 세포와 정상적인 전립선 세포, 방광암·흑색종·백혈병 등 다른 암세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했다. 이를 통해 암세포는 물론 정상 세포도 다른 세포에서 나오는 EN2 단백질을 받아들인다는 걸 알아냈다.
암세포가 이 단백질을 배출한다는 건, 만 하루 동안 5분 단위로 찍은 전립선암 세포의 시간대별 영상 분석에서 포착됐다.
이 영상에서 형광 단백질이 포함된 암세포의 작은 조각이 떨어져 나왔고, 이 조각을 받아들인 비활성 암세포들은 잠에서 깨어나듯 변형하면서 서로 결합했다.
모건 교수는 "암에서 세포 결합은 상대적으로 흔치 않은 일이지만, 이렇게 해서 완전히 새롭고 예상하기 어려운 하이브리드 암세포로 변할 수 있다"면서 "이런 암세포는 다른 부위로 전이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화학치료나 방사선 치료에 견디는 힘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전립선 세포가 암세포의 EN2 단백질을 수용하면 MX2 유전자의 발현 도가 높아진다는 것도 연구진의 눈길을 끌었다. 이 유전자가 항바이러스 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모건 교수는 "면역체계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암세포는 주변 세포의 바이러스 감염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암 면역치료 중에는 바이러스를 항원으로 면역체계를 자극해 암세포를 사멸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런 면역치료의 효과가 떨어지는 게 암세포의 이런 차단 전술 때문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매우 이례적이긴 하지만 EN2 단백질이 세포핵뿐 아니라 세포막에서도 발견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세포 표면으로부터 이 단백질의 특정 부위로 통하는 접근로를 찾아내면, 이 단백질의 활성화를 차단하는 암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서리 대학의 판다 교수는 "앞서 우리 대학 연구진이 전립선암세포에서 분비된 EN2 단백질을 소변검사에서 발견했고, 이를 기반으로 이번 연구가 진행됐다"면서 "소변에서 검출되는 EN2 단백질이 전립선암 진단의 유력한 생체표지일 수 있다는 게 다시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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