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병원에 피의자 건강 상태 확인 중, 구속영장 신청 검토"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윤창호법' 시행 이후 제주에서 처음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 경찰의 빠른 수사를 호소하고 나섰다.
27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해자 유족의 알 권리를 위해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 통보가 절실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지난 25일 자로 올라왔다.
올해 1월 16일 제주시 인제사거리에서 발생한 음주 사망사고 피해자의 자녀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사고가 발생하고 며칠이 지난 후 경찰서에 사고 조사확인원을 발급받으러 갔지만, 피의자 진술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급받지 못했다"며 "이에 아버지가 가입한 운전자 사망보험금 지급도 늦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또 "담당 형사가 연락 오는 일은 피의자가 통화를 원한다는 말을 전할 때뿐,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전해 들은 바가 없다"며 "얼마 전에는 피의자가 제 개인번호로 연락까지 와 합의를 요청했다. 그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피의자가 제시한 합의금은 제 기준에서 큰 액수가 맞지만 저는 절대 합의할 수가 없다"며 "피의자가 죄를 뉘우치고 본인이 잘못한 일에 대해 처벌받는 것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하지만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경찰 조사는 더디고, 피의자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였지만 병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며 빠른 수사와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피의자가 2월 말 병원에서 퇴원해 통원치료 등의 이유로 조사가 미뤄지다 지난 12일 1차 조사를 했다"며 "그동안 피해자 유족에게 이 같은 조사 상황을 9차례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안이 중대해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주 피의자 건강 상태를 알려달라는 촉탁서를 병원에 보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 촉탁서가 이번 주 안에 오지 않는다면 다음 주초께 병원에 직접 전화해서 구두로 촉탁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건강 상태가 구속 집행을 감당할 정도라고 판단되면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SNS 방송에 출연해 상습 음주운전 사범과 사망·중상해 교통사고를 야기한 음주운전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양형 기준 내에서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바 있다.
피의자 김모(52·여)씨는 지난 1월 16일 오후 10시 29분께 제주시 일도2동 인제사거리 인근에서 술에 취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EV 렌터카를 운전하다가 1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등)를 받고 있다.
적발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32%였다.
dragon.m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