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경사노위 회의서 막판 합의 시도…타결 가능성 거의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27일 공동 입장문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제적으로 지적받고 있는 투쟁적 노동운동과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를 개선해나가는 방향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대립과 갈등 중심의 국내 노사관계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은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노사간 힘의 균형이 노동조합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단결권만 확대될 경우 노사간 힘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요 경제단체의 입장문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전체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이번 전체회의에서 노사정 위원들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막판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지만 합의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작년 11월 ILO 핵심협약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자 단결권 강화를 위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발표한 데 이어 경영계 요구에 따라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제도 개선 문제를 논의했으나 노·사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주요 경제단체의 입장문에 대해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정부의 국제사회에 대한 오랜 공약이라며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입장문에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규제 완화, 노동 유연화 등을 요구할 때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장하면서 천부인권인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에 국가별 경제, 사회, 문화적 상황 운운하는 것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겠다는 몰염치한 주장"이라고 경영계 주장을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정부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므로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며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의지가 없는 경영계 입장에 연연하지 말고 협약 비준을 위한 절차 및 정부 입법 조치, 기본협약에 부합하는 행정 조치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민주노총)도 이날 국회 앞에서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계뿐 아니라 경영계 요구를 반영한 노동관계법 개정 움직임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은 거래 대상이 아니다"며 "온갖 개악 갖다 붙이기 그만하고 ILO 핵심협약을 우선 비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 없는 노동법 개악 강행을 2천500만 노동자에 대한 총공격으로 간주하겠다"며 "정부와 자본의 총공격에는 노동자 총반격만 있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28일 프레스센터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포함한 진보단체들과 함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긴급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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