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난민 이탈리아 부총리 "몰타로 운항 중…난민 아닌 해적들에 항구 봉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중해 리비아 연안에서 상선에 구조된 난민들이 이 배가 자신들을 리비아로 다시 데려가려 하자 배를 납치해 몰타로 뱃머리를 돌리게 했다고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밝혔다.
27일 살비니 부총리에 따르면 팔라우 선적의 상선 '엘히블루 I'이 26일 밤(현지시간)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책임 수역에서 난민 108명을 구조한 뒤 트리폴리로 향했으나, 이 배는 항구에서 불과 6해리 떨어진 곳에서 선수를 갑자기 북쪽으로 틀었다.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은 리비아로 되돌아가는 것을 두려워 한 난민들이 배를 납치한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작년 6월 취임 이후 난민선에 이탈리아 항구를 봉쇄하는 등 강경 난민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는 "이들은 조난 당한 난민이 아니라 해적"이라면서 "그들은 망원경을 통해서만 이탈리아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들의 이탈리아 입항을 불허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몰타 보안군의 대변인도 해당 배가 납치됐다고 확인하면서, "몰타 당국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이 배가 몰타에 입항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제의 상선에 타고 있는 구조된 난민들은 77명의 남성과 31명의 여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가운데 어린이들도 포함돼 있다고 몰타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활동에 참여해 온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절박하고 위험한 상황이 지중해에서 전개되고 있다"며 "이는 붕괴한 지중해 (구조) 시스템과 연약한 사람들의 절망을 오롯이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와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은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이 리비아로 되돌려질 경우 고문과 학대, 강간 등의 반인권 범죄에 노출된다고 우려하며, 유럽 국가들에 전향적인 난민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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