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팜오일 분쟁' 인도네시아, 파리기후협약 탈퇴 언급

입력 2019-03-28 10:44  

'EU와 팜오일 분쟁' 인도네시아, 파리기후협약 탈퇴 언급
"EU 팜오일 제재, 인니 농민 1천760만명 생계 위협" 강력 반발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열대우림 훼손 등을 이유로 바이오디젤 원료에서 팜오일을 퇴출하려는 유럽연합(EU)과 분쟁 중인 인도네시아가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가능성을 거론해 눈길을 끈다.
28일 메드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다르면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조정부 장관은 전날 자카르타에서 열린 팜오일 산업 세미나에서 "(EU는) 인도네시아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면서 자국의 국익을 단호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EU가 팜오일 퇴출을 강행한다면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2015년 12월 195개국이 서명하면서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훗 장관은 "미국과 브라질이 (파리기후변화) 협약을 탈퇴할 수 있다면 우리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 안 될 이유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9% 이상 감축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팜오일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대두유 등 기타 식용유지보다 훨씬 커서 환경 훼손 정도가 덜한 데도 EU가 환경단체의 주장만 믿고 팜오일을 악마시한다고 항변해 왔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팜오일 생산량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팜오일 산업이 퇴조할 경우 인도네시아산 팜오일의 40%를 생산하는 소규모 자작농 1천760만명이 직격탄을 맞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EU에 대한 무역보복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인도네시아 외무부 당국자는 "인도네시아는 이미 팜 농장의 신규설립을 금지했는데도 EU는 팜오일에 대한 제재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는 EU가 실제로 바이오디젤 원료에서 팜오일을 퇴출하기 위한 조처를 시행할 경우 즉각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팜오일 시장인 EU는 2015년 기준으로 연간 670만t의 팜오일을 수입했고, 수입한 팜오일의 40%가량을 바이오 연료 원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팜오일 농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1990년 이래 인도네시아에서만 31만㎢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벌목돼 사라지는 등 환경 훼손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EU에선 팜오일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바이오 연료에 쓰일 농작물 재배를 위해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팜오일 사용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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