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어디가 좋으냐" 美청문회장 송곳질문…폼페이오 '곤욕'

입력 2019-03-28 11:51   수정 2019-03-28 15:50

"김정은 어디가 좋으냐" 美청문회장 송곳질문…폼페이오 '곤욕'
국무부 인권 차관보 출신 초선의원, '北인권 침묵' 지적하며 질문 공세
"김정은 좋아하는 게 제재철회 사유되나…메르켈한텐 친구라고 한적 있나"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의회 하원 외교위원회(위원장 엘리엇 엥걸)의 27일(현지시간) 청문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추가제재 철회 지시' 트윗 파문과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인권문제 침묵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2일 '모호한 트윗'으로 추가제재 철회를 언급했다가 불어닥친 엄청난 후폭풍의 여파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인권유린을 정면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는 지적은 미 조야에서 그동안 제기돼온 사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 이를 나중에 알았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을 믿겠다고 말했다가 미국 내에서 역풍에 직면했다.
'2020 회계연도 예산 요청'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관련한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곤욕을 치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폼페이오 장관이 "짜증을 냈다"며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저격수'로 나선 것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인권 담당 차관보를 지낸 민주당 초선인 톰 맬리나우스키(뉴저지) 의원이었다.
맬리나우스키 의원은 "이 행정부는 북한의 체제는 바꾸지도 않은 채 핵무기만 포기하면 북한이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질 것이라고 되풀이하며 이야기해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강하게 압박해온 점을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정권)는 그렇게 나쁘다고 하면서 북한의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어째서 희망에 차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폼페이오 장관은 현 대북 제재가 역대 최고라는 점을 강조한 뒤 "정부의 형태가 어떻게 될 것이냐고요?"라고 반문한 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할 것"이라고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청산한 뒤 경제 성장을 이룬 베트남의 사례를 들어 "북한도 그렇게 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베트남 모델'을 거듭 강조했다.
맬리나우스키 의원은 "김정은을 좋아하는 게 어째서 제재 취소를 위한 충분한 사유가 되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철회' 파문도 파고들었다. 당시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좋아한다는 이유를 댄 것을 꼬집은 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에도 역대 최대의 국제적 대북제재 전선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의 빈틈 없는 이행을 위해 국제사회를 독려하겠다는 답변으로 넘겼다.
그러자 맬리나우스키 의원은 "김정은은 북한의 강제노동 수용소 제도에 책임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 책임론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그는 그 나라의 리더"라는 말로 피해갔다. 이에 맬리나우스키 의원은 장성택 처형 및 김정남 암살 사건을 거론, "그는 고모부 처형 및 이복형 암살 사건에 책임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에도 "그는 그 나라의 리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맬리나우스키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고 "김정은은 오토 웜비어가 죽음의 문턱에 다다를 때까지 집으로 안 보낸 책임이 있는가"라고 추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을 특정하지 않고 북한 정권 책임론을 거론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기, "대통령의 성명 그대로다. 우리는 모두 북한 정권이 오토 웜비어에게 일어난 비극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걸 안다"고 또다시 즉답을 피했다.
맬리나우스키 의원은 "그래서 김정은에 대한 어떤 점이 좋아할 만하다는 것인가"라고 질문을 반복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이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삼지 말라. 부적절하다"고 발끈했다.
맬리나우스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친구'라고 불렀던 점을 들어 "백악관은 제재 (철회) 결정이 김정은을 좋아하는 것 때문이라고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서도 친구라고 공개적으로 부른 적이 있느냐"고 캐물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렇게 부르는 걸 들은 적이 있다"면서도 "공개 발언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넘어갔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아미 베라(민주·캘리포니아) 의원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를 지시한 대상이 '수일 내에 예정된 미발표 제재'라는 당국의 해명과 달리 그 전날 발표된 재무부의 중국 해운사 대상 제재였다는 블룸버그 통신 보도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올리기 전에 그 결정에 대해 당신과 상의했는가. '예 아니면 아니오'로 대답해달라"는 질문을 받은 자리에서도 "내가 기억하기로 그것은 재무부 제재였다"고 받아넘겼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은밀하게 핵 역량을 유지할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의원 질문을 받고도 "그 질문에는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합의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스티브 셔벗(공화·오하이오) 의원은 하노이 핵 담판이 '노딜'로 끝난 데 대해 "당신과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나쁜 딜'로부터 기꺼이 걸어 나온 데 대해 박수갈채를 보낸다. 감사하다"며 과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간에 이뤄졌던 미·소 군축협상을 거론, 하노이 노딜이 "많은 부분 레이건 대통령을 연상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를 강화, 북한을 비핵화하자"고 덧붙였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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