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임대료 올리고 전대 금지…인천지하상가 갈등

입력 2019-03-29 09:00  

[현장 In] 임대료 올리고 전대 금지…인천지하상가 갈등
"감사원 지적·공공재산 사유화 막아야" vs "조례 따랐을 뿐"
갈등 조정 시민협의회 합의 없이 종료…상인들 단체행동 예고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인천 지역 3천500여개 지하상가에 부과하는 사용료를 대폭 올리고 사용권 양도·양수와 전대(재임차)를 금지하는 내용의 인천시 조례 개정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상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는 현행 지하상가 관련 조례가 상위법과 어긋난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조례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상인들은 그동안 인천시 조례에 따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확보한 권리를 빼앗길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 사용료 오르고 전대 금지되는 지하상가
29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인천 지역 지하상가 임차권의 전대 등을 허용하던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를 전면 개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2002년 제정된 해당 조례에는 지하상가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는 해당 내용을 조례에서 삭제하고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맞춰 공개입찰로 상가 임차인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상인들이 상가 개보수에 투입한 비용만큼 사용 기간을 연장해준다는 조항도 삭제할 계획이다.
시는 지하상가 사용료를 산정할 때 부지평가액을 절반으로 감액하던 것을 우선 상위법에 맞춰 폐지하기로 했다.
시는 조례 개정 전에 이미 인천 지역 15개 지하상가 가운데 석바위·신부평·새동인천·동인천 등 4개 상가에 지난해보다 40%가량 증가한 사용료를 부과했다.
올해 인천 지역 지하상가에 부과되는 사용료는 57억원으로 지난해 38억원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시는 기존 지하상가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했다고 감사원 등이 지적해 조례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기존 조례로 인해 인천시 소유 공공재산을 특정인이 사유화하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 지역 지하상가로는 부평역·주안역·동인천역·제물포역·배다리·석바위 등 15곳이 있으며 전체면적은 8만9천291㎡에 달한다.
시는 인천시설공단에 해당 지하상가 관리 위탁을 맡기고, 공단이 민간법인에 상가 운영을 재위탁한 뒤 각 상인에게 점포 임차가 이뤄진다.
점포를 빌린 상인들 가운데 대부분은 이를 다시 임차해 많게는 공식 임차료의 10배에 달하는 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시는 추정하고 있다.
시는 부평역과 동인천역 등 인천 15개 지하상가 3천579개 점포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2천900여곳에서 전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 상인들 "17년간 막대한 투자 인정해야"
인천 지역 지하상가 상인들은 2002년 제정된 인천시의 조례에 따라 지난 17년간 큰 비용을 부담해 상가를 개보수하고 상권 발전을 이뤄내 인정받은 권리를 시가 갑자기 빼앗으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 조례를 믿고 시설 개보수 등에 833억원가량을 투자했으나 조례개정으로 하루아침에 재산권을 빼앗기게 됐다는 주장이다.
상인들은 조례 개정에 따른 피해 규모가 권리금 등 9천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상인들은 조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시가 조례를 어기고 지하상가 사용료를 대폭 올렸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가 조례개정이나 사용료 인상과 관련해 상인들과 협의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시설 개보수 공사를 하는 다른 시도와 달리 인천 지역 지하상가는 상인들이 큰 비용을 들여 공사를 진행해왔으나 사용료를 산정할 때는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상인들이 이중부담을 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 관계자는 "인천시가 최근 인천시설관리공단을 통해 보낸 임대료 인상 공문에는 17년이나 시를 믿고 살아온 임차인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문구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만 있다"고 말했다.

◇ 인천시·상인 이견 조율은 난항

인천시는 지하상가 관련 조례개정을 위해 2017년 1월부터 상인회 등과 공청회·현장방문·간담회·자문회의 등을 거쳤으나 의견 차이가 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7월에는 상인회, 인천시의회 의원, 지자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하도상가 시민협의회'를 꾸려 본회의와 소위원회를 각각 3차례 진행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상인들은 권리금 등을 보상하거나 양도양수 전대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시는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성과 없이 이달 15일 시민협의회는 종료했고 시는 27일 마지막으로 상인대표, 전문가 등과 마지막 회의를 열었으나 의견 차이만 다시 확인했다.
시는 추가 협의는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고 다음 달 지하상가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뒤 인천시의회를 거쳐 6월 중에는 조례 개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상인회가 상위법과 맞지 않는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조례 개정을 더는 미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인천시가 조례 개정을 강행할 경우 단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동문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 이사장은 "시는 협의회에서도 상인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인 이야기만 했다"며 "조례 개정 전 사용료를 올릴 때도 상인회와 전혀 협의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시가 계속해 일방적인 행정을 하는 것은 상인들에게 권리를 포기하고 나가라는 이야기로 단체행동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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