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살 여성, 돌연변이 유전자 때문…행복도 높고 잘 잊기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불에 데거나 팔다리가 골절돼도, 또는 외과 수술을 해도 전혀 혹은 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이 의학지에 소개됐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사는 전직 교사인 조 캐머런(71)은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유전적 돌연변이 때문이라고 BBC 방송과 더 타임스 등 영국언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대해 BBC 방송은 캐머런처럼 드문 유전적 돌연변이 사례는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전했다.
이 유전적 돌연변이 탓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불안이나 두려움도 잘 느끼지 못한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캐머런은 어렸을 때 팔이 골절되는 일이 있었지만 아픔을 느끼지 못했으며, 뜨거운 다리미나 오븐에 데도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살이 타는 냄새를 맡고 나서야 화상을 입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되짚어보니 사실 그는 진통제를 복용한 일도 없었다.
그가 통증에 관한 한 남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6년 전 큰 수술을 받은 후 진통제가 필요 없다는 그의 말을 의료진이 의심하면서 비롯됐다.
의료진은 캐머런을 옥스퍼드 대학과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통증 전문 유전학자들에게 보냈고, 여러 가지 조사 끝에 그에게서 대부분의 사람과 달리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유전적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유전 암호(genetic code)의 변화로 인해 그의 혈액에서 아난다마이드라고 불리는 분자의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아난다마이드는 마리화나처럼 진정ㆍ진통 효과를 주는 뇌 깊은 곳의 화학물질이다.
이 돌연변이는 통증과 고통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행복도와 건망증을 높이고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캐머런은 공포를 느낀 적이 없다. 2년 전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차를 빠져나와 잘못을 저질러 떨고 있는 젊은 운전자를 오히려 차분히 달랬고, 이후에야 자신의 부상을 알아차릴 정도였다.
캐머런은 이번 결과에 대해 자신은 항상 행복하다고 느꼈다면서 "내 생애 동안 자주 잊는 것으로 사람들을 괴롭혔는데 이제 변명거리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8일 의학지 '영국마취저널'(British Journal of Anaesthesia)을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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