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홍콩 '인카운터' 부문서 대형 설치작업 선보여
(홍콩=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7일 아트바젤홍콩이 개막한 완차이 홍콩컨벤션센터 1층 행사장 들머리에 '비행선'이 떴다.
거대한 은빛 물체에 마음을 빼앗긴 관람객들은 너도나도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각양각색 관람객 모습이 수십 개 벌집 형태로 분절된 바닥에 반사돼 어룽거렸다. 행사장을 들락날락하다 무심결에 '벌집'을 밟은 이들은 도슨트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은발 '여전사'를 알아본 각국 취재진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아트바젤홍콩 '인카운터' 부문에 설치 작품 '취약할 의향'(Willing to be vulnerable)을 출품한 미술가 이불(55)이었다.
'취약할 의향'은 이불이 2016년 시드니 비엔날레, 올 초까지 이어진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와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 전시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선보인 작업이다. 5월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 작업으로 바쁜 작가가 홍콩에 다시 '비행선'을 띄운 것은 아트바젤홍콩이 요청해서다.
대형 설치작업을 선보이는 '인카운터' 부문 알렉시 글래스 캔토 큐레이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주제 '그래도 우리 일어나리'(Still We Rise)를 공개하면서 이불 '취약할 의향'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리가 절망적인 상황일지라도 행동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 문구가 다시 에너지를 얻고 다시 태어나고 다시 혁신하고 일어나는 명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취약할 의향'은 1937년 독일 비행선 힌덴부르크호 폭발 사건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이불은 "그 이후에도 인간이 기술에 새로운 비전을 실어 다시 새롭게 시도하고, 또 실패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다루려 했다"라면서 "그 연약함, 취약함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인간 운명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불은 "비행선이 아름답게 나는 모습이 벌집 모양 바닥에 반사되면서 파편으로 쪼개지고, 깊은 물 속에 잠긴 듯한 착각을 보인다"라면서 "조형물의 아름다움과 가벼움에 반대되는 느낌을 주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술과 연관된 작업이 많다는 이야기에는 "인간 자체가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이고 도구라는 것이 사실상 기술인만큼 우리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작가는 퍼포먼스와 사이보그, 개인 서사 등 다채롭게 이어온 예술 여정에 대해 "겹을 많이 주는 편"이라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중요한 문제를 다 담으려 고민한다"라고 덧붙였다.
2개 전시장에 설치된 '인카운터' 부문에는 이밖에 호세 다빌라, 엘름그린 & 드라그셋, 치하루 시오타 등의 대형 설치 작품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아트바젤 홍콩은 31일까지.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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