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일본 총리, 서울서 열리는 한일 '대화모임' 발제문서 강조
"상대가 '더이상 책임추궁 안하겠다' 할때까지 책임져야"
"5월 즉위 새 일왕 방한 성사 간절히 희망"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일한 양국 정부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피해자 분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냉철하게 대화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대화문화아카데미, 동아시아평화회의 공동 주최로 '한일관계: 새로운 백년을 모색한다'는 주제로 29일 서울서 열리는 '대화모임' 발제문에서 이같이 말하고 "지금만큼 일한관계에서 미래를 직시하고 냉철해야하는 때가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 기업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실질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양국 정부 당국이 머리를 맞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최측이 28일 공개한 발제문에 따르면 하토야마 전 총리는 또 대법원의 작년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언급, "거슬러 올라가면 1991년에 야나이(柳井) 일본 외무성 조약 국장이 '개인청구권 자체를 국내법적 의미에서 소멸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며 강제징용 문제는 "일한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해진 배상을 했으니 책임은 이제 다했다'는 말을 패전국 측에서 할 수는 없다"며 "전승국이든 구 식민국이든 그쪽에서 먼저 '이제 더 이상 책임 추궁은 안 하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책임은 계속 짊어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러한 마음을 일본 위정자가 가질 수 있을 때 위안부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994년 3월 일본을 방문한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한반도 사람들에게 다대(多大)한 고난을 입힌, 한 시기가 있었다", "깊은 슬픔의 감정" 등의 말로 '사죄의 마음'을 표현했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총리 재임중 이명박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일왕 방한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받아 일왕에게 전달했다고 소개한 뒤 "5월에 즉위하는 새 덴노(天皇·일왕) 폐하가 한국민의 환영 속에서 방한하게 될 기회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그러한 기회가 생겨 새 덴노가 헤이세이(平成) 덴노(아키히토 현 일왕)와 같은 심정으로 한국민을 접할 때 일한관계는 커다란 진전을 이루게 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하토야마는 "북미관계가 질적으로 개선되어 한반도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일본과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 움직임을 지원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본은 한반도의 남북분단에 커다란 책임이 있는 나라"라며 "그저 트럼프 대통령을 전면적으로 지지한다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한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토야마 전 총리는 "북한이 핵개발을 완전히 멈추고 미국이 경제제재를 완전히 풀어 양국간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한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결론 날 일은 아니다"며 "양자가 어떻게 타협점을 찾아갈지 그 윤곽이 오히려 이번 회담에서 어렴풋이나마 드러난 만큼, 좋았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난달 결렬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평가했다.
그와 더불어 하토야마 전 총리는 "우애 이념에 기초해 동아시아 부전(不戰) 공동체를 꿈꾸면서 '동아시아 공동체'를 창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중일과 아세안(ASEAN) 10개국 등이 그 공동체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토야마는 2009∼2012년 '3년 천하'에 그친 일본 민주당 정권의 첫 총리로서 2009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재임했다. 평소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지론으로 피력해왔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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