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근 콜텍지회장 "하루빨리 농성 마치고 일터로 돌아가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음악은 우리의 삶입니다. 우리의 삶을 만들어내는 악기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도구가 된다면, 그 삶은 아름다운 삶일까요?"
28일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열린 '콜텍 노동자 복직을 위한 LIVE AID' 콘서트에서 이인근 콜텍지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콜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문화연대 주최로 28~29일 이틀간 열리는 이 콘서트는 정리해고에 반발해 13년째 복직 투쟁을 벌여온 콜텍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투쟁기금 모금과 지지 호소를 위해 마련됐다.
콜텍은 국내 굴지의 기타 생산업체였다. 하지만 콜텍의 모기업 콜트악기는 2006년 당기순손실을 이유로 이듬해 4월 인천 공장 근로자들을 한꺼번에 정리해고했다. 노동자들은 2009년 정리해고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이겼지만,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2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콜텍 노사는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8차례에 걸쳐 교섭을 해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인디밴드 '잠비나이'의 무대로 막이 오른 이날 공연은 각계각층에서 모인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 200여명이 함께 했다.
기타리스트 겸 태평소·피리 연주자 이일우 씨는 신곡 '온다'의 가사를 소개하며 "많은 분이 수많은 고통과 어둠 속에서 힘겹게 투쟁하고 있다고 들었다. 가사처럼 그 고통이 빛나는 별이 되어 오기를 빈다"고 위로의 뜻을 밝혔다.
13년간 콜텍 노동자들과 함께 해왔다는 문화예술 활동가 이동현 감독은 "17일째 단식하고 있는 임재춘 조합원과 다른 노동자들이 복직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공연에 참석한 송경동 시인은 무대에 올라 자신이 쓴 시 '그들을 누가 죽였지'를 낭독했다.
그는 이 시에서 "그들을 누가 죽였지 / 박영호지 / 또 그들을 누가 죽였지 / 대법원과 이 국가지"라며 박영호 콜텍 사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기 사법부를 질타했다.
뒤이어 공연한 9인조 스카밴드 '킹스턴루디스카' 보컬 이석율 씨는 "콜텍 투쟁 13년 동안 '음악과 함께하는 집회'라는 개념이 확산하는 등 의미 있는 기억이 많았다"면서 "그렇지만 이제는 끝나야 할 것 같다. 더는 못 참겠다"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인근 콜텍지회장은 "하루빨리 길거리 농성을 마치고 현장에 돌아가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기타를 만들고, 그 기타가 뮤지션들의 손에 멋진 음악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지지를 부탁했다.
마지막 무대는 한국 록·펑크·재즈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 3명(신대철·한상원·찰리정)이 뭉친 '블루스파워'가 장식했다.
신대철은 "기타를 만드는 일엔 장인의 정교한 손길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런 회사 오너가 원가를 좀 줄여보겠다고 제 식구 같은 노동자들을 버리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번 공연으로 노동자들 모두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시민 박준우(47) 씨는 "콜텍 문제에 평소 관심이 많아 공연을 보러 왔다"며 "콜텍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된 공연이다 보니 진정성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객석에서 함께한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은 "공연은 즐거웠지만 한켠으로는 이렇게라도 투쟁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며 "다음번에는 투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기념으로 공연을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29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김사월+김해원', '다부다', '갤럭시익스프레스', '허클베리핀'이 공연할 예정이다.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