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최근 가장 급격한 개체 수 감소로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대표적인 동물군 가운데 하나는 양서류다.
특히 한국에서 처음으로 발병해 전 세계로 확산한 것으로 알려진 '항아리곰팡이'(chytrid fungus)는 양서류 개체 수 급감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데, 이 곰팡이가 무려 90종의 양서류 멸종을 유발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호주국립대가 주도한 국제연구팀은 항아리곰팡이의 전 세계적인 영향을 처음으로 수치화한 논문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었다.
전 세계 42명의 학자가 참여한 연구팀은 지난 50년간 이 곰팡이 때문에 최소 501종의 양서류 개체 수가 감소했고, 이 가운데 90종은 멸종됐다고 밝혔다.
항아리곰팡이는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호주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양서류 개체 수 감소를 유발했다.
특히 서늘하고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번성하는 이 곰팡이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중남미와 호주 동부지역이다.
이 곰팡이는 17∼25℃ 사이에서 생존하고 28℃ 이상에서는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항아리곰팡이로 인한 양서류 개체 수 감소가 없었는데, 이는 아시아 개구리들이 곰팡이에 적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호주국립대 벤저민 셸레 연구원은 "믿기 어려운 연구 결과다. 호주에서는 전체 240종의 양서류 가운데 40종은 항아리곰팡이 때문에 줄어들었고, 이 가운데 7종은 멸종된 것으로 연구진은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 결과는 항아리곰팡이는 야생 고양이 만큼이나 양서류에 파괴적인 존재"라며 "다른 계통 항아리곰팡이의 전 세계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항아리곰팡이는 1990년대 말 퀸즐랜드의 제임스 쿡 대학에서 원인 모를 양서류 집단 폐사를 연구하던 중 처음 발견됐다.
이 곰팡이게 감염된 양서류는 피부 가장 바깥쪽에 있는 각질층 등이 파괴되면서 호흡곤란, 탈수, 급격한 체온변화 등 증세를 겪다가 죽는다.
일부 학자들은 온난화 여파로 지표면 수증기 증발이 활발해지고, 이로 인해 더 많은 구름층이 만들어져 이 곰팡이 생존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서울대 연구진은 항아리곰팡이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발병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5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한국의 개구리들이 이 곰팡이에 면역력을 지니고 있는 데다, 1900년대 초 한반도에서 채집된 개구리 피부 조직에서도 이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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