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처럼 긴 꼬리 끌며 자기파괴 중인 소행성 포착

입력 2019-03-29 10:24  

혜성처럼 긴 꼬리 끌며 자기파괴 중인 소행성 포착
허블망원경, 3억4천만㎞ 떨어진 소행성 꼬리 잡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혜성도 아닌 것이 혜성처럼 긴 먼지 꼬리를 형성하며 해체되는 소행성이 허블 우주망원경에 포착됐다.
태양에서 약 3억4천400만㎞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소행성은 폭이 약 4㎞로 1988년에 처음 발견돼 '골트(Gault·6478)'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 벨트에 있는 약 80만개에 달하는 소행성 중에서도 지극히 평범했지만 지난 1월 초 첫 번째 꼬리가 우연히 관측되고 이어 두 번째 꼬리까지 확인되면서 주목을 받고있다.
골트가 형성한 긴 꼬리는 길이가 약 80만㎞에 폭은 약 4천800㎞, 작은 꼬리는 긴 꼬리의 약 4분의 1가량 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골트의 꼬리는 '요르프(YORP) 효과'에 의한 것이다.
소행성이 태양 빛을 받으면 표면의 온도가 오르고 적외선을 방출하는데 이때 적외선은 열과 함께 회전운동을 하는 각(角)운동량을 가져 소행성을 회전시키게 된다. 소행성의 회전에 따른 원심력이 중력의 크기를 넘어서면 표면이 불안정해지고 시속 3~4㎞로 자갈과 먼지를 쏟아낼 수도 있는데 골트도 이런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YORP는 이런 현상을 밝힌 과학자 야르코프스키(Yarkovsky), 오키프(O'Keefe), 라드지에프스키(Radzievskii), 패태크(Paddack) 등의 이름에서 따왔다.



골트는 요르프 현상으로 천체가 쪼개지는 두 번째 소행성으로 기록됐다.
골트는 1억년 이상을 천천히 회전하다가 최근에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갈더미로 이뤄진 소행성이 쪼개지는 한계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윌리엄 허셸 망원경 등으로 측정한 골트의 자전 주기는 2시간.
골트 연구팀원인 하와이대학의 얀 클레이나 연구원은 "골트는 빠르게 자전하는 천체의 2시간 한계설에 대한 최고의 '스모킹건'"이라고 했다.
골트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골트는 지난해 10월 28일과 12월 30일 요르프 효과에 의한 두 차례 작은 폭발과 함께 먼지를 내뿜기 시작했으며, 이는 수시간에서 수일에 걸쳐 지속됐다.
골트 주변에서는 다른 소행성이나 혜성이 관측되지 않았으며, 이는 먼지꼬리를 만든 폭발이 다른 소행성과의 충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요르프 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골트가 뿜어낸 먼지를 모두 뭉쳐 공을 만들면 지름이 약 150m정도 될 것으로 추산됐다. 먼지 꼬리는 몇달간 남아있다가 우주공간으로 사라지게 된다.
골트 연구팀의 관측 결과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실릴 예정이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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