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 먹기' 사고처리비 자비 부담…잦은 교통사고로 극단적 선택도
(김포=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경기 김포 버스기사들이 '무사고 경력'을 쌓아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지역으로 이직하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교통사고 처리비용을 본인 돈으로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 부천고용노동지청은 김포지역 버스업체 2곳을 근로감독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근로감독은 이들 버스업체가 교통사고 처리비용을 버스기사들에게 부당하게 청구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들 버스업체가 기사들에게 교통사고 처리비용을 강제로 청구한 정황은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았다.
교통사고 처리비용을 본인 돈으로 낸 기사들은 대부분 스스로 원해서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버스기사가 버스공제조합 등 보험으로 교통사고 처리비용을 낼 수 있음에도 본인 돈으로 내는 것은 보험처리 기록을 남기지 않고 '무사고 경력'을 쌓기위한 목적이다. 무사고 경력을 쌓은뒤 처우가 높은 서울·인천 버스업체로 이직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인천은 시내버스 준공영제(버스업체 경영적자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제도) 시행 지역이어서 버스업체 기사의 월급이 준공영제를 시행하지 않는 김포의 버스업체 기사보다 1.5배가량 많고 근무시간도 비교적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김포지역 버스기사 A씨는 "김포 버스업체 기사들은 상당수가 서울·인천으로 이직하기 위한 경력을 쌓고자 일하는 기사들이다. 이런 탓에 서울·인천 버스업체 기사들보다 경력이 짧고 초보 기사들도 많다"며 "경험이 적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날 확률은 더 높지만 정작 교통사고 처리비용은 자비로 부담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서울·인천 버스기사들은 오전·오후 2교대로 근무하는 반면 김포 버스기사들은 하루 8시간씩 운전하는 데 4시간 연속해서 운전한 뒤 10∼20분 휴식하고 바로 4시간을 또 운전한다"며 "경력이 짧은 기사가 고강도로 운전하면 결국 이용객들의 안전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준공영제 등으로 버스기사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이 상황은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자칫 잦은 교통사고로 무사고 경력을 쌓는 데 실패하거나 사고 처리비용으로 큰돈을 쓰게 되면 버스기사들의 희망은 사라진다.
실제 한 김포 버스업체 소속 기사 B씨는 지난해 12월 28일 김포시 구래동 한 도로에서 추돌사고를 낸 뒤 다음날 인천시 한 농로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버스를 운전하다가 잦은 사고를 낸 뒤 사고처리에 부담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서울지역 버스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포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해 버스기사들의 처우와 근무여건을 개선하면 문제는 해결되지만, 예산이 많이 소요돼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김포지역에 준공영제를 시행하려면 500억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특별시나 광역시 차원에서는 예산 여력이 있어 준공영제 시행이 가능하지만, 그 이하의 지자체에서는 사실상 준공영제 시행이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포지역에는 3개의 버스업체가 52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노선에는 총 650대의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tomatoy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