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선권 "일 잘하는 기자실장 선생"…"2000년 정상회담·이산상봉 기억 남아"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허희옥(53) 통일부 기자실장은 기자실의 '왕실장'이자 '남북회담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허 실장은 1986년 통일부 공무원으로 임용된 이후 32년여의 공무원 생활 가운데 절반이 넘는 세월을 이른바 '기자실장'으로 일해왔다.
정부 기관의 기자실에 근무하는 기자실장은 보도자료 배포와 일정 공지 등 출입기자에게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때로는 기자들의 경조사와 간식까지 챙겨주는 맏언니 역할도 한다.
그와 동고동락한 기자 가운데는 언론사 사장에 오른 인물도 있고 외신기자들과도 친분이 두터워 언론계 '마당발'로 통한다.
1998년 1월부터 통일부 기자실에서 일하면서 크고 작은 남북회담과 교류행사의 대언론 지원업무를 도맡았다.
남북 간 첫 정상회담이었던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부터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까지 역사적인 남북회담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마련된 프레스센터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때로는 보도자료를 먼저 차지하려는 기자들 사이에서 몸싸움을 방불케 하는 쟁탈전이 펼쳐지곤 하는 현장을 20년 가까이 지켜온 셈이다.
지난해에는 통일부가 주관한 언론 취재 대상 남북행사 62회 가운데 모두 50회에 취재지원업무를 수행했고, 그동안 그가 챙긴 굵직한 남북회담만 약 150회에 달한다.
그의 풍부한 현장경험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특히 큰 보탬이 됐고, 각 회담의 규모나 행사의 성격에 맞춰 프레스센터 운영에 필요한 것들을 먼저 챙겨 의견을 개진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의 취재지원을 위해 방북했을 때는 안면이 있던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일 잘하는 기자실장 선생"이라는 농담 섞인 덕담까지 받았다.
6년 전부터는 암 투병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현재까지 휴직 한번 없이 대변인실 소속으로 기자실을 지켰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2일 열린 '중앙행정기관 정책소통 워크숍'에서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03년 국무총리 표창, 2012년 장관급 표창 등 그동안 총 9차례나 표창을 받아 공무원으로 가질 수 있는 영예는 다 가진 셈이다.
그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때 감격에 겨워 눈물을 훔치며 일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매일 기자들에게 풍부한 기삿거리를 제공한다면 그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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