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조사관들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前 실속방지시스템 작동"

입력 2019-03-29 15:57  

美조사관들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前 실속방지시스템 작동"
블랙박스 토대로 '예비결론' 도출…"라이온에어 사고와 유사"
보잉 737맥스 시스템 수정 승인까지 운항금지…"수개월 소요"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157명의 사망자를 낸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MAX)8 여객기가 추락하기 전 실속(失速·stall) 방지 자동시스템이 가동됐다는 잠정 결론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여객기의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미국 조사관들이 최근 수거된 블랙박스 기록을 토대로 이러한 '예비적 결론'(preliminary conclusion)에 도달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랙박스 기록을 통해 사고 원인과 관련한 일부 결론이 도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WSJ는 전했다.
WSJ가 사안을 잘 아는 일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항공안전 분야 전문가들은 지난 며칠간 에티오피아 현지 조사관들로부터 건네받은 블랙박스 데이터 등의 세부 자료를 토대로 에티오피아 여객기 사고 원인을 분석해왔다.
이들은 분석 결과 작년 10월 189명이 숨진 인도네시아 라이온 에어 여객기와 마찬가지로 에티오피아 여객기도 추락 전 실속 방지 안전장치인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 작동했다는 결론에 닿았다.
이러한 잠정 결론은 미 연방항공청(FAA) 고위층에게도 전달됐다.



실속은 비행기의 기수가 너무 높이 들려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실속 상황이 발생할 때 자동으로 기수를 낮춰 안전 고도와 기체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MCAS이다.
이는 에티오피아 여객기 역시 MCAS 오작동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라이온 에어 여객기 사고의 경우 항공기의 날개와 기류 각도를 알려주는 받음각(angle of attack) 센서가 고장 나 실속 상황이 아닌데도 실속 상황으로 판단했고 이에 따라 MCAS가 오작동해 추락했다는 게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거론돼왔다.
에티오피아 당국도 최근 블랙박스 데이터를 토대로 5개월 새 일어난 두 건의 치명적 여객기 추락 사고 사이에 "명백한 유사성이 있다"고 언급했었다.
다만, 예비결론은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것으로 수정 가능성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에티오피아 당국은 며칠 안에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예비적 결론을 담은 공식 보고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고 원인이 MCAS 오작동을 비롯한 기기 결함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해당 항공기가 어떻게 FAA로부터 상업 비행 승인을 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대니얼 엘웰 FAA 청장은 사고 전 MCAS가 오작동할 경우 조종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어떠한 비행 테스트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MCAS 오작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보잉은 지난 27일 해당 시스템에 대한 조종사 통제를 강화하고 오작동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받음각 센서를 2개로 늘리고 해당 센서의 신호가 일치하지 않으면 MCAS가 작동하지 않게끔 보완된다고 전했다.
737맥스 여객기는 FAA를 비롯한 항공규제 기관들이 시스템 수정을 승인하고 조종사들이 개선된 시스템에 충분히 익숙해질 때까지 운항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해당 여객기의 운항 재개는 수개월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규제당국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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