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철도 노후화 심각…110년된 교량 사용, 레일 등 마모·파손

입력 2019-03-29 18:00  

北철도 노후화 심각…110년된 교량 사용, 레일 등 마모·파손
지난해 철도공동조사 보고서 공개…경의선·동해선, 건설 당시 교량 그대로
추가 정밀조사 위한 남북협의 필요…후속 접촉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지난해 남북이 경의선·동해선 철도 북측 구간을 공동조사하면서 철도 시설과 시스템의 심각한 노후화 실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길게는 110년이 된 교량을 북측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등 구조물의 안전성 문제가 앞으로 북측 철도 현대화에 주요 해결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17일까지 진행된 경의선·동해선 철도 북측 구간 남북공동조사 결과를 29일 국회에 보고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국회에 제출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남측 조사단은 "경의선, 동해선 모두 시설, 시스템 분야 전반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라며 "궤도 체결(레일을 침목에 고정)력 부족, 교량·터널 안전 문제 등으로 열차 운행에 지장이 있다" 고 평가했다.
2013년 북·러 합작으로 개보수한 라진∼두만강 구간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운행 속도는 시속 30∼50㎞ 수준이었다. 특히 경의선 개성∼사리원 구간은 시속 10∼20㎞에 그쳤다.
교량과 터널의 경우 구조 안정성 평가를 위한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한 상태로 조사됐다.
북측은 경의선의 경우 70∼110년, 동해선의 경우 60∼100년 된 교량을 철도를 놓을 당시 시설 그대로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교량 하부구조에서 상당수 균열, 파손이 관찰되고 부식이나 총격에 의한 손상도 발견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일반적으로 공사를 하게 된다면 교량과 터널, 특히 교량이 굉장히 시간도 걸리고 어려운 부분"이라며 "(교량의 안전문제를) 사실 많이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정밀조사를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널의 경우 많은 곳에서 내부 콘크리트가 떨어져 내리고 누수가 심했다.
조사단은 경의선과 동해선 터널 모두 "내부 단면적이 작아 속도 향상에 제약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궤도 시설도 레일과 침목 등의 마모, 파손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의선에서는 레일 마모가 심각해 대부분 교체 시기가 지난 것으로 분석됐고, 특히 개성∼사리원 구간의 상태가 심각했다. 동해선도 대부분 1990년 이전에 레일을 깔아 내구연한 초과로 판단됐다.
이밖에 노반은 경사면 유실로 낙석이나 산사태 우려가 있었고, 신호나 통신도 기계식, 수동식 운영으로 안전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기관사가 역과 통신할 때는 휴대전화를 이용하기도 했다. 경의선에서는 터널 안에 중국산 화웨이 무선중계기와 안테나를 설치해 사용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남한 철도는 AC(교류) 2만5천 볼트, 북한 철도는 DC(직류) 3천 볼트를 쓰는 등 전압 차이가 있는데, 북측은 대용량 및 고속화 수송을 위해 교류 급전방식에 관심을 보였다고 조사단은 덧붙였다.
조사단은 "터널, 교량 등 구조물에 대해서는 구조 안전성 평가를 위해 전문장비, 전문가를 통한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며 "신호·통신·건축·전력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조사 및 송·변전시설, 차량생산기지, 차량기지, 궤도·침목·자갈 생산설비 등의 현황 파악을 위한 추가 현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지 정밀조사 등을 추진하려면 북측과의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남북은 지난달 25일 공동조사 결과 보고서 등 철도·도로 관련 자료를 교환한 이후 철도·도로 관련 별다른 접촉을 하지 않은 상태다.
통일부 관계자는 "(추가 정밀조사) 계획은 세워져 있지 않고 그런 것들 때문에 북측과 좀 만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밀조사를 통해서 앞으로 어떻게 현대화할지를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저희가 계속 북측에 요구했다"며 "북측도 이해는 했는데 그렇게 진행이 될진 앞으로 협의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으로 추가정밀 조사, 기본계획 수립, 설계 등의 절차를 통해 철도 연결 및 현대화를 준비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순서는 "섞여서 진행될 수 있고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게 통일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올해 계획에 대해 "현재 상황에선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설계까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다음 달 남측에서 열리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서울 사장단회의에 북측도 참석하길 기대하고 있다며 "아직 답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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