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코미디언·배우 젤렌스키 돌풍…티모셴코 前총리 세번째 도전
유력 후보 모두 親서방 성향…"2차 결선 투표서 당선자 정해질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서방 간 세력 각축장이 되고 있는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에서 오는 31일(현지시간) 5년 임기의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실시된다.
지난 2014년 '반러시아 친서방' 정권 교체 혁명(마이단 혁명)으로 친서방 세력이 집권한 이후 5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는 역대 최다인 39명이 입후보했다고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다.
31일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면 곧바로 당선자가 확정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최다 득표자 2인이 겨루는 2차 결선투표가 4월 21일 치러질 예정이다.
현재 재선에 도전하는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53세), 세 번째로 대선에 나선 율리야 티모셴코 전(前) 총리(58세), 인기 코미디언·배우 출신의 정치 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세) 등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방영된 인기 TV 정치 풍자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주인공을 맡아 '국민 배우'로 부상한 젤렌스키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레이팅'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표에 참가할 의사가 있고 투표할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유권자 가운데 26.6%가 젤렌스키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포로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전 총리는 각각 17%를 얻는 데 그쳤다.
펀드 '민주 제안'이 키예프국제사회학연구소와 함께 실시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젤렌스키는 27.6%의 지지율로 선두를 지켰으며, 포로셴코가 18.2%, 티모셴코가 12.8%로 그 뒤를 이었다.
'사회 모니터링' 센터가 우크라이나사회연구소와 함께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젤렌스키는 29.1%를 얻어 독보적 1위에 올랐고, 티모셴코와 포로셴코가 각각 16%와 15.3%로 2, 3위를 차지했다.
여러 여론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때 묻지 않은 정치 신인 젤렌스키가 기존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에 기대어 단독 선두를 달리는 이변을 연출했으나, 실제 선거에서 그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2014년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몰아낸 대규모 반정부 시위 후 같은 해 5월 대선에서 당선된 포로셴코는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반군들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을 곧바로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 유럽화를 추진하는 한편 사회 각 분야의 만성적 부패를 척결하고 국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부패는 여전하고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가장 가난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남아있다.
크림 반환 전망은 보이지 않고 벌써 1만3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의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은 언제 멈출지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의 EU·나토 가입도 기준 미달로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현 집권 세력에 대한 이 같은 불만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 경험이라곤 TV 드라마 내에서 주인공인 대통령 역할을 한 것밖에 없는 젤렌스키가 '다크 호스'로 부상했다.
포로셴코는 이스라엘에 망명 중인 우크라이나 금융 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가 젤렌스키와 티모셴코를 지원하며 자신의 재선을 막으려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콜로모이스키가 자신이 소유했던 거대은행 '프리바트방크'가 지난 2016년 정부에 의해 국유화된 데 대한 보복으로 다른 후보들을 밀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는 젤렌스키를 콜로모이스키가 내세운 후보라고 보고 있으며, 콜로모이스키가 티모셴코를 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와 티모셴코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대통령이 되면 크림과 돈바스 지역 반환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부패 척결, 국민 생활 수준 향상에 헌신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옛 소련 정치 세력을 몰아낸 2004년 '오렌지 혁명' 주역으로 2010년 대선과 2014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티모셴코 전 총리도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세 번째 대선 도전을 승리로 장식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로 미뤄볼 때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긴 어려워 결선투표에서 최종 당선자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3명의 유력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기존의 친서방 정책 노선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세 후보 모두 우크라이나의 EU·나토 가입을 포함한 유럽화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