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탈퇴협정 승인도 거부한 英 하원…'노 딜' 브렉시트로 가나

입력 2019-03-30 01:24   수정 2019-03-3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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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탈퇴협정 승인도 거부한 英 하원…'노 딜' 브렉시트로 가나
4월 12일 이전 '노 딜' 또는 브렉시트 '장기 연기' 중 결정해야
내주 의향투표서 대안마련? 추가 승인투표? 혼란 지속될 듯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하원이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협정마저 거부하면서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위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 하원은 이날 '탈퇴협정을 승인해 5월 22일 EU를 떠난다'는 정부 결의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해 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58표차 부결했다.
이날은 당초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영국의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가 예정된 날이었다.
실제 이날 런던 의사당 밖에서는 수천명의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모여 브렉시트 연기에 대해 항의하면서 정치권에 당장 브렉시트를 단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브렉시트를 단행하지도, 이를 연기해 '질서있는 브렉시트'를 추진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하지도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 '노 딜'? '장기 연기'? 영국 어떤 결정 내리나
영국은 지난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 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으로 구성된 브렉시트 합의안을 1월 중순과 이달 12일 각각 의회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 부쳤지만 1차는 영국 의정 사상 정부 패배로는 사상 최대인 230표 차로, 2차는 149표 차로 부결됐다.

이에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우려가 커지자 메이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했고, EU는 조건을 달아 이를 승인했다.
구체적으로 영국 하원이 이번 주까지 EU 탈퇴협정을 승인할 경우 유럽의회 선거 직전인 5월 2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되, 아무런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4월 12일까지 영국이 '노 딜' 브렉시트나 브렉시트 '장기 연기' 중 하나를 택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이날 EU 탈퇴협정이 부결되면서 영국은 EU측이 요구한 대로 4월 12일까지 어떤 길을 선택할지를 밝혀야 한다.
이날 부결로 그동안 막연하게 우려됐던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메이 총리는 이날 부결 직후 "오늘 하원의 결정은 매우 심각하다"면서 "이제 법적으로 디폴트는 영국이 4월 12일 EU를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노 딜 시나리오'가 오는 4월 12일에 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 "EU는 4월 12일 자정에 '노 딜' 상황이 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완전히 대비돼 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노 딜' 브렉시트가 실제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에 대한 최종 준비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 딜'이 발생할 경우 영국은 물론 EU 역시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파국을 막기 위해 영국이 브렉시트 '장기 연기'를 선택하고 EU가 이를 승인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메이 총리는 이날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맞는 질서 있는 브렉시트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영국 하원의 표결 결과가 발표되자 다음달 10일 임시 EU 정상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 내주 추가 의향투표서 대안 마련에 주목…조기총선 주장도 나와
일단 이날 탈퇴협정이 부결되면서 이제 관심은 영국 하원이 4월 1일 실시할 추가 '의향투표'(indicative vote)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의향투표란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제안된 여러 옵션에 대해 투표하는 것이다.
앞서 영국 하원은 지난 27일 8개의 브렉시트 대안을 놓고 의향투표를 실시했지만 단 한 개도 과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다만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내용의 옵션 J는 찬성 264표, 반대 272표로 8표차 부결했고, 어떤 브렉시트 안도 반드시 제2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옵션 M은 가장 많은 268표의 찬성표(반대표 295표)를 얻어 추가 승인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의향투표에서 EU 관세동맹 잔류를 결정하면 EU는 수일 내 '미래관계 정치선언'에 이를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그동안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협정은 재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미래관계 정치선언'에는 유연한 입장을 보여왔다.
'미래관계 정치선언' 수정에 성공하면 이후 영국 하원이 EU 탈퇴협정과 함께 이를 승인하고 정식 비준동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메이 총리가 다음주 제3 승인투표를 강행할 수도 있다.
앞서 첫 번째 승인투표는 230표, 두 번째 승인투표는 149표라는 큰 표차로 부결됐지만 이날 EU 탈퇴협정의 부결 표차는 58표로 줄었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를 전제로 조기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메이 총리 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도 반대표를 던진 민주연합당(DUP)과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를 합해 30명 정도만 추가로 메이 총리쪽으로 돌아서면 다음 번에는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으면 제3 승인투표는 불허하겠다고 밝힌 존 버커우 하원의장의 입장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U가 5월 2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이번주까지 EU 탈퇴협정이 영국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다음주에 승인투표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유효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일단 브렉시트를 '장기 연기'한 뒤 조기총선을 개최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탈퇴협정 부결 직후 "(메이 총리가) 합의안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관둬야 한다"면서 "조기 총선을 통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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