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에 노련함 더해진 김종규 vs 젊은 패기로 사기 충전된 양홍석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창원 LG의 김종규는 맞대결을 앞둔 부산 kt 양홍석을 향해 "패기와 자신감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5년 전 데뷔 첫해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누구보다 패기 있게 나섰다가 영혼까지 털렸던 아픈 경험에서 우러난 '애정 어린' 조언이었다.
5년 전 패기에 노련함이 더해진 김종규와 젊은 패기로 한껏 무장한 양홍석은 내달 1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4강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두 선수의 대결로 보자면 플레이오프 1·2차전은 '형님' 김종규의 완승이었다.
1차전 김종규는 24득점 1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제임스 메이스와 함께 골 밑을 휘저었다.
든든한 두 선수에 김시래의 활약까지 더해지며 LG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도 김종규는 훨훨 날았다. 29득점에 12리바운드로 다시 한번 팀의 역전승을 견인했다.
서동철 kt 감독도 메이스에 집중하느라 김종규와 김시래를 놓친 것을 패인으로 지적했다.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김종규는 평균 22.3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11.8득점, 7.4리바운드)보다도 좋고, '패기'만 갖고 나섰다던 2013-2014시즌 첫 플레이오프(7.7득점 4리바운드)나 이듬해 두 번째 플레이오프(13.7득점, 4.8리바운드)와 비교해서도 엄청난 성장세다.
앞선 두 번의 플레이오프 경험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넘치던 패기에 노련함까지 더해 한층 성장한 것이다.
2차전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김종규가 플레이오프 무대를 처음 밟은 후배 양홍석에 제대로 한 수 가르쳐준 모양새였다. 김종규가 약속한 '창원의 봄바람'도 멀지 않은 듯했다.
2차전 후 김종규는 "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부산에서 열린 3·4차전에서 분위기는 확 반전됐다.
1·2차전에서 석패했던 kt는 3·4차전에서 두 자릿수 점수 차로 완승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반격의 중심엔 2년 차 양홍석이 있었다.
1·2차전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양홍석은 3차전에서 15득점, 7리바운드로 팀의 첫 승리에 힘을 보탰고 4차전에서는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고비에 나온 시원한 3점 슛 4개를 포함해 20득점을 올리고, 팀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지난 시즌 대비 월등한 성장으로 정규리그 기량발전상을 받은 양홍석이지만 플레이오프의 성적은 정규리그(13득점, 6.7리바운드)를 뛰어넘었다. 4경기 평균 15득점에 리바운드 10개로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 중이다.
양홍석의 주무기는 '패기'다.
1·2차전을 모두 아쉽게 내줘 분위기가 가라앉을 법도 했지만 양홍석은 "종이 한장 차이로 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홈에서는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었다"며 오히려 자신감을 키웠다.
3·4차전에서도 홈 관중의 열렬한 환호에 분위기를 타며 점점 화려한 경기력으로 화답했다.
첫 플레이오프였지만 조금도 긴장하거나 기죽은 기색 없이 젊음을 과시하고 있다.
운명의 5차전에서도 양 팀의 키 플레이어는 김종규와 양홍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에선 제임스 메이스가 체력 문제를 노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시래마저 부상에서 쉽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조성민과 강병현의 3점 슛도 시원하게 터지지 않는다.
kt의 경우 허훈은 물론 저스틴 덴트몬과 마커스 랜드리도 고르게 활약하고 있고 김영환과 김현민 등 고참 선수들도 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양홍석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천 전자랜드가 기다리고 있는 4강 플레이오프에 가서 첫 우승에 도전할 주인공이 누구일지 오는 1일 경남 창원에서 판가름 난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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