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업, 피치업" 에티오피아 여객기 조종사의 마지막 외침(종합)

입력 2019-03-3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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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업, 피치업" 에티오피아 여객기 조종사의 마지막 외침(종합)
WSJ, 이륙부터 추락 전까지 5분여 최후의 순간 재구성
"실속방지시스템 작동, 예비결론 뒷받침…기체결함 무게"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피치업, 피치업!"(Pitch up, Pitch up!)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Max) 여객기가 추락하기 직전 조종실에서 '기수를 올려야 한다'는 의미로 외친 마지막 말이다. 사고 직전의 긴박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고 조사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에티오피아 여객기의 이륙부터 추락까지 최후의 상황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해 2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8시 37분 에티오피아 항공 ET302편의 기장 야레드 게타츄와 1등 조종사 아흐메드 누르 모함메드는 아디스아바바 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고자 여객기의 속도를 높였다.
온화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속에 비행 여건은 완벽했다. 게타츄는 8천 시간의 비행 경험을 가진 베테랑 기장이었다.
오전 8시 38분 여객기는 목적지인 케냐 나이로비를 향해 활주로를 떠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약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는 비행 거리였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이륙 직후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오전 8시 39분 여객기가 약 해발 2천400m 고도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기체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모함메드는 즉시 아디스아바바 공항 관제탑과 교신했고 갈라진 목소리로 "비행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다. 관제탑에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하게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는 사이 게타츄는 여객기의 기수를 들어 올려 고도를 유지하려 사투를 벌였다.
오전 8시 40분 조종사의 안간힘에도 아랑곳없이 여객기는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때 기장 또는 1등 조종사가 "피치업, 피치업"이라고 소리쳤다. 기수를 올려 추락을 막고자 한 마지막 절규였다. 하지만 낙하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고 관제탑과의 교신마저 끊겼다. 승객과 승무원 157명이 모두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순간이었다. 이륙부터 추락까지 걸린 시간은 6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고 상황 재구성은 당시 조종실에서 대략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게 한다. 이는 아울러 추락 전 실속(失速·stall) 방지 자동시스템이 작동됐다는 사고 조사관들의 '예비 결론'(preliminary conclusion)을 뒷받침한다고 WSJ는 전했다.
앞서 WSJ는 수주 간 사고 원인 분석을 한 조사관들이 블랙박스 데이터를 토대로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 전 실속 방지 장치인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 작동했다는 잠정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작년 10월 189명이 숨진 인도네시아 라이온 에어 여객기 사고 때와 흡사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속은 비행기의 기수가 너무 높이 들려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실속 상황이 발생할 때 자동으로 기수를 낮춰 안전 고도와 기체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MCAS이다.



라이온 에어 여객기의 경우 항공기 날개와 기류 각도를 알려주는 받음각(angle of attack) 센서가 고장 나 실속 상황이 아닌데도 실속 상황으로 판단했고 이에 따라 MCAS가 오작동한 것이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거론돼왔다.
에티오피아 당국도 5개월 새 일어난 두 건의 치명적 여객기 추락 사고 사이에 "명백한 유사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에티오피아 여객기 역시 받음각 센서 및 MCAS 오작동 등의 기체 결함이 사고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역시 에티오피아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블랙박스 내용을 잘 아는 조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받음각 센서 오류로 MCAS가 작동해 기수를 끌어내린 게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받음각 센서가 오작동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두 여객기의 사고 원인으로 기체 결함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사고 여객기 제작사인 보잉이 어떻게 미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상업 비행 승인을 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법무부 등은 737맥스 항공기 개발부터 안전 승인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보잉이 안전 승인을 받기 위해 규제당국이나 고객 항공사측에 불완전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737맥스 여객기의 운항을 전면 금지한 가운데 보잉은 MCAS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핵심으로 하는 보완책을 공개했지만 사고 재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한편, 에티오피아 정부는 며칠 내에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예비적 결론을 담은 공식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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