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 역사 깃든 감옥이 핫플레이스로…홍콩 아트신 바꾸는 건축

입력 2019-03-31 15:30  

식민 역사 깃든 감옥이 핫플레이스로…홍콩 아트신 바꾸는 건축
타이퀀·PMQ·CHAT 등 옛 건물, 길게는 10년 걸려 문화예술공간 탈바꿈
매립지에 짓는 M+, 내년 세계 정상급 근현대미술관으로 개장



(홍콩=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닥지닥지 붙은 낡은 건물 혹은 하늘을 향해 치솟은 마천루. 홍콩 풍경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 극단의 도시 풍경을 바꿔나가는 건축물들이 있다.
이들은 감옥과 경찰 사택, 방직공장 등으로 쓰였으나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동안 별다른 쓰임이 없었던 매립지에 곧 들어설 엠플러스(M+) 뮤지엄도 이들 못지않게 화제다. 중국 경제성장과 아트바젤 홍콩을 등에 업고 현대미술의 새로운 축으로 거듭난 홍콩의 아트 신은 이들 덕분에 더 다채로워지고 있다.



◇ 타이퀀, 개장 직후부터 핫플레이스…4년차 PMQ는 디자인 허브
30일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소호를 지나던 사람들 앞에 높은 담장이 나타났다. 담장을 따라 붉은 벽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영국식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이 펼쳐졌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뒤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타이퀀(大館)이다.
1841년 홍콩을 식민지로 삼은 영국은 그해부터 이곳에 경찰서, 법원, 감옥을 차례로 지었다. 이 단지에 수감된 인물 중에는 1930년 프랑스 당국 박해를 피해 베트남에서 홍콩으로 옮겨온 정치지도자 호찌민도 있었다.
홍콩 정부가 문화재인 이곳을 전시장과 박물관, 서점 등을 갖춘 역사문화 공간으로 개조하는 일에 나선 것이 2008년이었다.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 앤 드 뫼롱(HdM)이 동참한 프로젝트는 10년 만에 마무리됐다.
4천100평 규모의 단지 뒤편에 자리한 JC 컨템포러리는 신축 건물 2곳 중 하나다. 이곳은 기획전 '전염된 도시들: 멀리, 너무나 가까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들어찼다.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등 전염병 빈발로 오명을 쓴 당국으로서는 꺼릴 법한 주제임에도, 전시를 공동 기획한 타이퀀 예술·유산팀은 주저함이 없었다.
타이퀀은 18개 건물과 2개 광장을 연결하는 계단 하나까지 깔끔하게 손보되, 역사성을 살리고 원 디자인을 최대한 지키려 애쓴 모습이었다. 1평 남짓한 감방들을 보존한 B홀 앞에는 관람객 줄이 길게 늘어섰다.



타이퀀과 5분 거리에 있는 PMQ도 1951년 지어진 경찰 사택이었으나, 5년 리모델링을 거쳐 디자인 전문 공간으로 거듭난 곳이다. 2015년 개장 후 3년 만에 1천만 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타이퀀 못지않은 명소다.
심사를 거쳐 입점한 공방들은 홍콩 디자인의 다채로운 현재를 보여준다. 채색 가죽 제품을 파는 한 디자이너는 "여기로 옮겨온 지 1년 됐는데 외국인도 많이 찾아 좋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갤러리 및 전시장도 구비한 PMQ는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 맞춰 미국 팝아티스트 카우스 개인전을 유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도심과는 다소 떨어진 친완에 지난달 19일 문을 연 센터 포 헤리티지 아트 앤 텍스타일(CHAT) 원형도 옛 방직공장이다. 홍콩을 배경으로 한 정연두 영상 '높은 굽을 신은 소녀'(2018)가 개막을 맞아 전시 중이다.
요즘 홍콩은 옛 건축물을 부수고 새로 짓기보다는,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 중이다. 개발 논리를 앞세웠던 홍콩의 이러한 변화는 2008년 정부 주도로 '역사적 건물 재활성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부터다.
프로젝트 출범 10년을 넘기면서 속속 새로운 얼굴로 나타난 건물들은 시민 호응을 끌어내고 혼잡한 도시에도 숨통을 틔운다는 의미가 있다.



◇ 매립지에 들어설 세계 최정상급 근현대미술관 M+
까우룽(九龍) 서쪽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치는 맞은편 홍콩섬보다 한적하다.
문화적으로도 소외됐던 이곳을 요즘 아트바젤홍콩 관람객을 비롯한 세계 미술애호가들이 부쩍 찾는 이유는 내년 개관을 앞둔 M+ 때문이다. 이날 미술관에서는 아직 공사판에 가깝고 교통이 불편한 M+ 현장을 방문하고자 버스를 대절한 한국인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M+는 홍콩 정부가 세계적인 문화예술 허브를 목표로 연안 매립지에 짓는 대규모 복합문화지구 중심 건물로, '박물관 이상'의 공간을 자신한다. M+ 설계 또한 타이퀀 프로젝트에 동참한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이 주도했다.
세계 미술계에서는 이곳이 소장품에서나 전시에서나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정상급 미술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미술관 측은 ▲ 근현대 시각예술 ▲ 건축디자인 ▲ 영상 이미지 3개 카테고리로 나눠 소장품을 사들이는 중이다. 중국 현대미술 컬렉터인 스위스 사업가 율리 지그가 일찌감치 쩡판즈, 장샤오강, 위에민준 작품 등을 기증하며 힘을 보탰다.



M+는 현재 파빌리온을 먼저 열고 관람객을 맞고 있다.
이곳에서 4월 22일까지 진행되는 '노구치 포 단보: 카운터포인트'는 일본계 미국 조각가이자 디자이너인 노구치 이사무(1904∼1988년)와 현재 왕성한 활동 중인 베트남계 덴마크 작가인 단 보(44)의 2인전이다. 전시장은 여느 화이트큐브와 달리 한 면을 통유리로 마감하고, 가벽을 세우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M+ 파빌리온에서 만난 김정희 서울대 미대 교수는 "건축가는 전시기획자가 작품을 일종의 텍스트로 활용해 다른 작품과 새로운 맥락을 만들도록 공간을 설계한 것 같다"라고 총평했다.
노구치와 단 보 모두 동·서양이 교차하는 출신 배경 때문에 삶 자체가 '노마딕'한 속성을 지니는데, 공간 설계와 작품 배치 모두 이러한 속성과 통한다는 설명이다.
M+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큐레이터 출신인 정도련 씨가 부관장으로 있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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