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벌금형 많아…"위험성 낮은 약물, 상습성이 변수"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과거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의사와 환자가 처벌을 받은 사례에 관심이 모인다.
프로포폴은 일명 '우유 주사'라고도 불리는 향정신성 수면마취제다. 2011년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성형외과·피부과 등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법 투약하다 적발된 사례가 종종 있었다.
치료 목적으로 마약류를 취급할 권한이 있는 일부 의료계 종사자들이 자격을 악용해 약물이 불필요한 환자들에게까지 돈을 받고 프로포폴 주사를 놔 주는 식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분류된 물질 중 중독성과 의존성이 낮은 편에 속해 처벌 수위는 비교적 낮다.
이 때문에 이부진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본인이나 투약한 의사의 처벌 정도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프로포폴 관련 판결을 보면 투약의 상습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많았다.
2017년 서울 서초구 소재 피부과·성형외과 전문의가 프로포폴에 중독된 단골 환자들을 상대로 돈을 받고 상습 투약한 사건에서 의사 김모(37)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로부터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박모(37), 김모(38)씨도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3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2명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환자 2명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2010년 서울 강남구 일대 성형외과와 여성의원에서는 의사 7명이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 사건에서도 의사들은 징역형이 아닌 1천500만원∼2천500만원 사이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법무법인 준영의 이유호 변호사는 "프로포폴은 LSD 등 고위험군이 아니라 다른 수면유도제들과 함께 위험성이 낮은 약물군에 속한다"면서도 "상습성에 따라 형량이 높아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사건을 놓고는 피고인들이 확정된 판결을 받기까지는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의사의 경우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선고될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터라 이를 피하기 위한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사례로 든 세 사건 모두 대법원까지 가서야 유죄가 확정됐고 재판에만 3∼4년가량 소요됐다.
이 변호사는 "의사의 경우 유죄가 인정되면 의사면허가 취소되기 때문에 면허 취소 시점을 최대한 미루기 위해 법정에서 격렬하게 다투는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이부진 사장의 경우도 불법 상습 투약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고 해도 벌금형에서 집행유예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처벌 수위를 떠나 재벌 3세이자 삼성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로서 마약류 관련 사건에 연루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회사 측면에서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경찰 수사 결과에 큰 관심이 쏠린다.
이 사장은 관련 보도가 나오자 지난달 21일 "2016년 왼쪽 다리에 입은 저온 화상 봉합수술 후 생긴 흉터 치료와 눈꺼풀 처짐 수술(안검하수 수술)을 위한 치료 목적으로 해당 병원에 다닌 적이 있지만 불법 투약을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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