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언어장벽'도 난제…단어 하나에 두 시간 실랑이"

입력 2019-03-31 19:27  

"무역협상 '언어장벽'도 난제…단어 하나에 두 시간 실랑이"
언어·문화적 차이에 양국 대표단 '진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중 무역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양국의 언어·문화적 차이가 합의점 도출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합의문 작성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합의문에 들어갈 모든 문구와 표현, 용어 등의 해석과 채택 여부를 놓고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지난 28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측과 협상을 벌였으며, 이달 워싱턴에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 협상에서는 양국 협상팀이 농업 부문에서 한 개의 단어 선택을 두고 무려 두 시간에 걸쳐 승강이를 벌였으며, 두 시간의 기 싸움에도 양측은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판단을 뒤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공식 고문인 중국 전문가 마이클 필스버리는 "120쪽 분량의 합의문 작성에 있어 중국어 버전이 없는 것이 잠재적 위험으로 떠올랐다"며 "문구를 중국어로 번역하면 여러 뉘앙스와 해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문제는 과거에도 양국 사이에 마찰을 일으킨 일이 있어 더욱 신중히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 세계화연구소의 왕후이야오 대표는 "지난 2001년 미 해군 정찰기가 하이난 인근에서 중국군 전투기와 충돌해 중국 조종사가 숨졌을 때 중국 정부의 사과 요구에 미국 측이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대응해 외교 위기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표현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 이면에는 각자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고자 하는 치열한 다툼이 있다"며 "다만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많은 무역협상을 한 만큼 언어 문제가 큰 장애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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