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미국 메이저리그는 이제 막 시즌을 시작했으나 초반부터 양 팀 포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3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에서는 경기 후반 양 팀 모두 포수를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양 팀이 전날 연장 13회, 6시간이 넘는 혈투를 벌인 가운데 애리조나는 6회까지 3-11로 크게 뒤지자 경기를 포기한 듯 7회말 수비에서 백업 포수 존 라이언 머리를 투수로 기용했다.
사회인야구 투수를 연상케 하듯 100㎞ 안팎의 느린 공을 던진 머피는 7회말 2안타와 볼넷 1개로 만루에 몰리기도 했으나 실점 없이 넘겼다.
애리조나는 8회초 2점을 만회해 5-11로 추격했으나 8회말에도 머피를 계속 던지게 했다.
그러나 머피는 홈런 두 방을 포함해 5안타와 볼넷 2개로 7실점, 5-18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다.
다저스는 확실하게 앞서자 9회초 마지막 수비에서 포수인 러셀 마틴을 마운드에 올렸다.
애리조나의 머피보다 훨씬 빠른 최고시속 83.7마일(약 135㎞)의 공을 던진 마틴은 공 10개 만으로 삼자범퇴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팀이 앞선 상황에서 야수가 9회에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한 것은 1963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윌리 스미스 이후 56년 만이다.
마틴은 경기를 마친 뒤 생각 없이 2루로 걸어가다가 1루수 데이비드 프리즈가 "포수와 먼저 악수해라"고 조언하자 뒤늦게 돌아서 마스크를 쓴 동료 포수 오스틴 반스와 멋쩍게 손을 잡았다.
그는 "투수로 나선 게 한 20년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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