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차량에 올라 타 차 열쇠 뽑아 2차 사고 막아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저거 음주운전 아니야?"
지난달 30일 오후 4시 40분께 광주 서구 운천저수지에서 여자친구와 벚꽃 나들이를 하던 대학생 A(22)씨는 승합차의 이상한 운전을 목격했다.
벚꽃 구경에 나선 차량으로 가득 차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로에서 한 승합차가 지그재그로 운행하며 제 갈 길을 못가고 헤매고 있었다.
A씨는 이 승합차 운전자가 술을 마셨다는 것을 직감하고, 곧바로 이 차량 앞으로 달려갔다.
예상대로 앞 유리를 통해 본 승합차 운전자 B(65)씨는 얼큰하게 취해있는 상태였다.
A씨는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며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지만, B씨는 앞에 있는 A씨를 치고 갈 듯이 위협했다.
A씨는 더는 말이 통하지 않겠다고 생각, 재빠르게 움직여 승합차 조수석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타는 순간 진한 술 냄새를 맡은 A씨는 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고, 차 열쇠를 뽑아 내려버렸다.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은 민첩함이었다.
더는 운전할 수 없게 된 B씨는 차에서 내려 현장을 이탈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A씨에게 가로막혔다.
A씨는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B씨를 붙잡아두기 위해 다시 한번 기지를 발휘했다.
유리문이 있는 인근 건물 계단실에 B씨를 밀어 들어가게 한 뒤 유리문을 열지 못하게 막고 서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B씨를 붙잡아 음주 상태를 측정한 결과 면허 취소 수치보다 2배 높은 혈중 알코올농도 0.214%의 만취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투철한 시민의식을 가진 대학생의 용감한 행동과 기지로 음주운전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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