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말레이 검찰, 상해 혐의 제안해 피고인이 혐의 인정"
(하노이·자카르타=연합뉴스) 민영규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검찰이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에 대한 살인혐의를 전격 철회하고 상해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흐엉은 상해 혐의를 인정하고 곧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과 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흐엉에 대해 살인혐의 대신 위험한 무기 등을 이용한 상해 혐의로 공소를 변경했고, 흐엉은 즉각 상해 혐의를 인정했다.
현지 법령상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는 살인혐의와 달리 상해 혐의는 최고 징역 10년 형에 처해진한다. 흐엉을 변호하는 살림 바시르 변호사는 "흐엉은 그보다 적은 형량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흐엉이 오늘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살인혐의에서 벗어난 흐엉은 웃으며 "행복하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의 이 같은 조처는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인도네시아인 여성을 풀어준 지 3주 만에 이뤄졌다.
흐엉의 공소를 변경한 이유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흐엉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면서 무죄를 주장해 왔다.
검찰은 김정남을 살해할 당시 두 여성이 보인 모습이 '무고한 희생양'이란 본인들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면서 이들이 '훈련된 암살자'라고 반박해 왔지만, 지난달 11일 갑작스레 입장을 전환해 시티에 대한 공소를 취소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장기간의 외교적 로비 끝에 시티를 석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팜 빈 민 베트남 외무장관은 같은 달 12일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공정한 재판과 흐엉의 석방을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시티와 달리 흐엉에 대해선 공소를 취소하지 않고 끝까지 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베트남 정부가 자국 주재 말레이 대사를 초치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입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티와 흐엉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리재남(59), 리지현(35), 홍송학(36), 오종길(57)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란 입장을 보여왔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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