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작년 남북한 정상들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거둔 큰 수확 가운데 하나가 군사합의다. 평양 공동선언 때 남북한 국방 최고 책임자들이 서명한 '9.19 군사합의'는 비핵화 논의에 가려 있었을 뿐이지 그 의의는 작지 않다. 여기에는 남북 분단 후 70여년간 지속해온 적대관계를 종식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담겨 있다. 한반도 평화의 초석 역할을 할 군사합의 이행이 올해 들어 북한당국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해 안타깝다. 비무장지대(DMZ) 내 공동유해발굴 사업도 그중 하나다.
공동유해발굴은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해 남북한 당국이 합의한 것이다. 시범사업 대상으로 강원도 철원에 있는 화살머리고지가 선정됐다. 양측은 올해 2월 말까지 공동유해발굴단 구성을 마치고, 서로 통보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6일 북측에 유해발굴단 구성이 완료됐다고 통보했지만, 북한은 아직 답이 없다. 우리 측은 지난달 중순 유해발굴을 포함한 군사합의 이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군사회담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이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결국 국방부는 1일 남측 단독으로 유해발굴단 100여명을 투입해 DMZ 내 군사분계선(MDL) 남측지역에서 지뢰 제거와 기초발굴작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남북이 군사합의를 통해 4월부터 시작하기로 약속한 한강하구 민간선박 자유 항해 역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남북은 군사합의서 체결 이후 작년 말까지 감시초소(GP) 시범 철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한강하구 공동 수로 조사 등 군사합의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그러나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부터 북한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남북 군사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군사합의 이행 역시 답보상태다. 올해 들어 남북 군사 당국 간 대면 접촉은 1월 말 판문점에서 남북 공동 수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남측이 제작한 한강하구 해도를 북측에 전달한 것이 유일하다. 다만, 작년 11월1일부터 시행 중인 '지상·공중·해상 적대행위 중시'는 군사합의대로 준수되고 있다.
'9.19 군사합의' 이행은 갈 길이 멀다. 앞으로 논의할 주요 사항으로 DMZ 내 모든 GP 철수, 서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와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평화수역 조성, JSA 자유 왕래 등이 있다. 남북한 당국이 차근차근 추진해나가야 할 것들이다. 군사합의서는 양측이 신뢰를 바탕으로 삼지 않으면 휴짓조각에 불과할 뿐이다. 북한은 비핵화 담판과 연계시키지 말고 남북한 군사합의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행에 성실성을 보여야 한다. 비핵화 문제가 모든 남북관계를 집어삼키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군사합의서에 나와 있듯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보장'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제 궤도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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