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 속 씨앗 받아 키운 200여 그루, 유전자 99.9% 일치
부인 격인 서원리 소나무 자목도 1그루에 50만원씩 분양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보은군이 천연기념물 103호인 정이품송(正二品松) 자목(子木) 판매에 나선다.
1일 보은군에 따르면 정이품송 씨앗을 받아 키운 10년생 자목 200여 그루를 이달부터 기관·기업·개인 등에 분양할 예정이다. 판매 가격은 1그루당 100만원이다.
이 나무들은 2010년 정이품송에 달린 솔방울 속 씨앗을 받아 키운 것으로 높이 3∼4m, 밑동 지름 10∼15㎝ 정도로 자란 상태다.
충북대 특용식물학과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99.9% 이상 정이품송과 일치한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군은 속리산의 상징이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인 정이품송을 상품화하기 위해 장안면 오창·개안리 2곳의 군유림(2.4㏊)에서 자목을 길러냈다.
문화재청 승인을 얻어 어렵사리 씨앗을 채취했고, 철저한 보안 속에 모종을 재배했다.
현재 이곳에서 자라는 정이품송 자목은 줄잡아 1만여 그루다. 이 가운데 정이품송과 비슷한 모양을 띤 266그루가 유전자 검사를 거쳐 '아들' 인정을 받았다.
군은 과거 공공기관·언론사 등 21곳에 식수용으로 이 나무를 무상 제공했다.
군 관계자는 "일부 공공기관 등에 기념 식수용으로 정이품송 자목을 제공했지만, 2015년 청탁금지법이 생기면서 중단된 상태"라며 "이달부터 판매하는 나무가 공식적인 첫 출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무를 판매할 때 유전자 검사 결과지와 품질 인증서도 발행해줄 계획"이라며 "필요할 경우 구매자를 직접 재배장으로 안내해 원하는 나무를 고르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에 자리 잡은 정이품송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속리산 행차 때 어가(御駕) 행렬이 무사히 통과하도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나무다.
원래 원추형 자태가 아름다웠는데, 1980년대 솔잎혹파리에 감염되고 연이은 태풍 피해 등으로 가지가 부러져 지금은 제 모습을 상실한 상태다.
군 관계자는 "노쇠한 정이품송은 솔방울이 보통 소나무보다 작고 발아율도 떨어져 번식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에 분양하는 나무는 그만큼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군은 최근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 104호) 자목 생산에도 나선 상태다.
정이품송으로부터 5㎞가량 떨어진 삼승면 서원리에 있는 이 나무는 정이품송의 부인나무라고 해 '정부인송'(貞夫人松)으로 불린다.
군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를 거친 서원리 소나무 자목도 1그루에 50만원씩 판매할 계획"이라며 "두 나무 자목을 함께 심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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