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제난'에 대도시서 '에르도안 심판론' 통해

입력 2019-04-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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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경제난'에 대도시서 '에르도안 심판론' 통해
앙카라서 야당 야와시 후보 승리…이스탄불서도 야당이 막판 역전
수도·이스탄불, 선거 승패 지표…"패배 확정되면 에르도안에 심각한 타격"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지난달 31일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는 대도시 민심의 무게중심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부정적인 쪽으로 이동한 결과로 나타났다.
수도 앙카라에서 제1 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만수르 야와시 후보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 후보를 꺾었다.
터키 지방선거에서 야당 소속 앙카라 광역시장 배출은 처음이다.
경제·문화 중심지 이스탄불에서는 야당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1일 새벽 2만표가량 역전에 성공하며 초접전 승부가 펼쳐져 여·야 모두가 승리를 선언한 상태다.
터키 지방선거는 전통적으로 '이스탄불에서 이기면 터키에서 승리하고, 앙카라에서 지면 터키에서 패배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양대 도시의 결과가 선거 승패의 지표가 된다.


대도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 부정적 민심이 늘어난 가장 큰 요인으로는 '경제'가 거론된다.
터키 경제는 작년 3·4분기 연속으로 역성장하며 경기후퇴 국면에 접어들었다.
작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매월말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이 20%를 웃돌았고 올해 2∼3월에도 20%에 육박했다.
실업률은 공식 수치로 13%를 기록해 10년만에 최악 수준이다.
이러한 경제여건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대도시에서 에르도안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스탄불에서 최종 개표 결과가 야당 승리로 확정된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통령중심제 전환 후 처음으로 시행된 이번 선거가 사실상 에르도안 대통령 찬반투표로 전개된 까닭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러나 전국적인 승리를 강조하면서 여유로운 자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일 오전 1시께 앙카라 대통령관저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이스탄불 광역시장 선거에 질 수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구청 단위에서는 대부분 이겼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중심제 개헌과 지난해 대선·총선 승리로 '술탄'에 비견될 만한 막강한 권력을 이미 틀어쥐었기에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당장 정권의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다음 4년 반 동안 선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AKP가 중심이 된 여권 선거연대의 전체적인 득표율은 약 51.7%로 작년 대선의 52.5%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장 대선을 다시 치러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쿠르드계가 다수인 남동부에서 종전보다 높은 득표율을 올린 것도 성과로 꼽힌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체적인 승리'를 강조하며 애써 여유로운 자세를 보이는 것은 야당보다는 여당 내 분열이 권력 유지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어서다.
AKP가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 모두 패배하는 등 선거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난다면 AKP의 유력 인사들이 집단 탈당, 보수 신당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세 기간에 확산했다.
정치 위기 자문기업 테네오의 볼프강 피콜리 공동대표는 "AKP는 모든 경제 중심지에서 성적이 나빴다"면서 "이는 스스로 '경제 정당'을 표방한 AKP에 심각한 문제"라고 로이터통신에 진단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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