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유족 김필문 씨 고교서 명예교사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아버지∼ 아버지∼... 일 년에 한 번씩 아버지를 부릅니다"
제주시 영평동에 사는 김필문(72) 씨는 1일 오전 제주중앙고등학교 대강당에 모인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울먹이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아버지가 4·3 당시 아무 죄 없이 대구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현재의 거창 댐이 들어선 수몰 지역에서 총살당해 암매장됐다고 말했다.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회 회장인 그는 매년 다른 지방 형무소로 끌려갔다가 처형당한 혈육이 있는 행불인 유족들과 함께 암매장지를 돌아보다 거창 댐에 가서 목놓아 아버지를 부른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아버지가 아무 죄 없이 끌려가던 당시에는 "죄명도 손가락 죄명이고, 재판도 손가락 재판이었다"고 회상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너 문제 있다"고 하면 곧바로 죄인이 되고, 재판도 손가락 가리키는 대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아버지의 얼굴을 증명사진으로만 봤다는 그는 이날 4·3 평화·인권 교육 명예교사로 초청돼 '4·3과 나'라는 주제로 자신이 겪은 4·3의 참상을 말했다. 4·3의 발발 과정과 양민 학살 과정, 4·3 특별법 제정, 대통령의 사과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강연 내내 진상 규명과 화해와 상생을 강조했다.
강연이 끝나자 조용히 경청하던 학생들은 일제히 힘찬 박수를 보냈다. 한 여학생은 할아버지가 생각난다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 학교 문예지 학생은 4·3은 슬픈 역사인데 어떻게 평화와 연결되는지 물었고, 김 씨는 "원한만 가지고 계속 살아가면 안 된다. 저지른 죄를 사과하면 용서하고 화해와 상생으로 나가는 것이 평화다"고 설명했다.
이나경 학생은 "1교시에 4·3 관련 동영상을 봤는데 김 선생님의 강연이 보충 설명 같았고 4·3의 역사를 보다 깊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는 지난달 18일부터 오는 7일까지 제주4·3평화교육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4·3희생자유족회 회원 중 38명이 명예교사로 위촉됐다. 이들 명예교사는 학교현장이나 체험학습지 등을 찾아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평화인권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청은 유족과 함께 하는 세대공감 4·3 이야기 한마당, 4·3 평화인권교육 도내 교사 대상 직무연수, 4·3평화인권교육 연찬회, 지역과 연계한 4·3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4·3 교육 다큐멘터리 제작·보급 등도 추진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역사교육 담당 교원 1천명을 대상으로 도교육청과 4·3평화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4·3평화인권교육 직무연수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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