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작가 현기영씨, 제3회 4·3평화상 수상

입력 2019-04-01 18:00   수정 2019-04-01 19:03

'순이삼촌' 작가 현기영씨, 제3회 4·3평화상 수상
4·3평화상 특별상에 베트남 평화운동가 2인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소설 '순이삼촌'으로 제주4·3사건을 시대의 한복판으로 끌어올린 작가 현기영씨와 베트남 평화·인권운동가 2명이 제3회 제주4·3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주4·3평화재단은 1일 오후 제주시 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3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을 열었다.

평화상 본상은 작가 현기영(78)씨, 특별상은 베트남 평화·인권운동가 응우엔 티탄(62)씨와, 같은 이름의 평화운동가 응우엔 티탄(59)씨 등 2명이 수상했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만 달러,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만 달러가 각각 수여됐다. 상패는 글꼴 안상수체를 개발한 디자인 전문가 안상수 홍익대 교수가 제주산 느티나무로 특별 제작했다.
제주 출신인 현씨는 1978년 '창작과 비평'에 4·3 당시 북촌리 학살을 다룬 '순이삼촌'을 발표하면서 4·3의 비극을 세상에 알렸다.
소설 순이삼촌은 국가폭력의 실상을 폭로하고 진상규명의 필요성과 치유 및 추모의 당위성을 널리 확산하도록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설 순이삼촌의 발표를 계기로 대학가와 지식인들이 4·3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고 문화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현씨는 4·3을 다룬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1979년 군 정보기관에 연행돼 심한 고초를 겪었고 소설 순이삼촌은 14년간 금서가 됐다.
현씨는 또 4·3 소재의 장편소설이며 자전적 성장소설인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1999년에 발표했다.
현씨는 제주4·3연구소 초대소장,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4·3 진상규명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현씨는 이날 수상 소감을 통해 "4·3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되새기는 재기억의 노력, 즉 끊임없는 기억운동이 필요하다"며 "4·3은 늘 다시 시작해야 하는 영원한 과제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3의 참사 속에 희생된 원혼들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어둠에 갇힌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죽음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고문과 옥살이로 육체와 정신이 망가진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위무하는 동시에 민중의 말살된 기억을 되살려 재기억 시키는 일을 살아있는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현씨는 시상식에 앞서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이 상이야말로 작가로서 만이 아니라 저의 모든 정체성에 대해 수여하는 것이라 정말 기쁘다"며 "제주작가회의 회원들, 4·3연구소 관계자들, 놀이패 한라산, 탐라미술인협의회 회원들, 4·3취재반,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원들과 영광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미마을의 응우옌 티탄(62)씨는 1968년 1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가족과 마을주민 135명이 희생된 학살 사건의 생존자다.

당시 11살이던 자신도 수류탄에 왼쪽 귀의 청력을 잃고 왼쪽 다리와 허리에 수류탄 파편이 박히는 상처를 입었다.
또 베트남 퐁니-퐁넛마을 응우옌 티탄(59)씨는 1968년 2월 베트남전 당시 가족과 마을주민 74명이 전쟁의 포화 속에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다. 응우옌 티탄 자신도 왼쪽 옆구리에 총상을 입었다.
이들 두 여성은 전쟁 이후 전쟁의 고통과 상처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평화 운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4월 제주를 방문해 4·3 피해 여성 생존자들과 함께 증언의 자리에 서기도 했다.
두 응우엔 티탄씨는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 세대들이 과거를 극복하고 보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하기 위해 4일 청와대로 가 베트남 피해자 103명의 이름으로 학살 진상규명과 사과,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내겠다"며 "한국 정부가 베트남 피해자들의 청원에 진심 어린 응답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2014년 4·3희생자 추념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인권 신장에 앞장선 인물을 선정해 평화상을 수여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은 2015년 4·3평화상 첫 수상자로 재일교포 소설가 김석범씨를 선정했다.

김씨는 1957년 4·3 소설 '까마귀의 죽음'을 발표한 데 이어 1976년부터 20여년간 일본 문예춘추사 '문학계'에 대하소설 화산도를 연재해 4·3의 진실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렸다.
제주4·3평화재단은 2017년 제2회 수상자로 학술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통해 제주4·3의 배경과 원인을 분석한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를 선정했다.
ji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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