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中 사이서 선택해야…최선책은 없다"

입력 2019-04-02 06:33   수정 2019-04-02 10:01

"한국, 美中 사이서 선택해야…최선책은 없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힘 대결이 장기전에 들어갔다. 양쪽 모두 절대 양보 불가를 선언한 전면전 양상이다. 시작은 무역 전쟁 형태였지만 갈수록 세계 패권을 둘러싼 양국 간 정면충돌이라는 본질이 드러난다.
애초 미·중 간 무역 대립을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면서 장기전으로 가면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이 미국보다 유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학자와 언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초반 맞보복에 나선 중국의 기세가 누그러진 지금은, 과거 힐러리 클린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예측했다 실패한 때와 마찬가지로 슬그머니 입장을 바꿔 미국이 중국을 몰아붙이는 패권 다툼으로 양국 갈등을 해석하는 시각이 다수다.
문제는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노골적으로 갈등할 때 가장 영향을 크게 받는 나라 중 하나가 대한민국이란 점이다. 이는 쉽게 말해 우리 운명이 조선 말기처럼 다시 한번 열강 간 다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뜻한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이 도서출판 '책들의 정원'에서 펴낸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중국편)'는 이런 지정학적 상황을 지적하며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이 센터장은 "한국은 미·중 모두를 선택하고 싶지만, 선택권은 없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하고 싶지 않지만, 기권의 권리도 없다. 결국 한국의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는 없다"면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을 강요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견해는 그가 대표적인 중국통 중 하나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주로 중국 전문가들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상적 절충안을 통해 우리가 '줄타기 외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 센터장은 미국 그리넬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딴 뒤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가 됐다.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위원이기도 하다.
심지어 저자는 "중립적인 중간 지대를 지키는 것이 최선책인데, 불행히도 이런 이상적 최선책은 한국이 선택할 옵션이 더 이상 아니다"라며 "한국에게는 최선책은 없고 차선책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분단된 북한과 마주한데다 미국의 절대 동맹인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 둘러싸인 우리는 인도나 싱가포르, 필리핀과는 달리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당하는 운명일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G-제로'라는 익숙지 않은 용어도 소개한다. 한때 일부 국가에서 잠시 유행한 'G2(양대 강국)'라는 말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중국이 떠오르는 슈퍼 파워임은 분명하나 국방력은 물론 경제력과 동맹국 위상 등에서도 아직은 미국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다만 저자는 미국 역시 유일 강대국의 지위를 잃고 있다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리더 부재의 세계'를 뜻하는 'G-제로'라는 말을 들고나온 점에서다. 이 용어는 정치컨설팅 회사 유라시아 그룹 창립자인 이언 브레먼과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 출신인 데이비드 고든이 창안했다고 한다.
저자는 책에서 미·중 충돌이 경제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적절히 지적하고 미국과 중국의 국가 전략이 모두 팽창과 자국 우선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대립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중국 시진핑 정권의 변증법적 사관과 미국을 넘어 초강대국이 되려는 야망 등을 구체적인 정책과 시 주석의 발언, '핵심이익'의 개념, 중국 지도부의 인적 구성 등을 통해 설명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저자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화'를 시도하는 중국의 의중을 잘 드러낸다.
다만 우리나라가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도 그 선택의 지향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점은 아쉽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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