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중국, 신장문제 비판말도록 압력"…인권이사회서 폭로

입력 2019-04-02 10:34  

인권단체 "중국, 신장문제 비판말도록 압력"…인권이사회서 폭로
휴먼라이츠워치 "국제사회 비판 무마하기 위해 고강도의 로비와 위협"
"중국 대표부, 美주도 '中 인권비판 행사'에 불참하도록 각국에 공문"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정부가 신장(新疆)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 내 이슬람교도 탄압 문제에 대해 개입하지 않도록 스위스 제네바에 주재하는 각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와 몇몇 국가의 외교관들은 1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UNHRC) 회의장 밖에서 "중국 당국이 신장위구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고강도의 로비와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프랑스의 AFP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HRW는 제네바 주재 중국 대표부가 다수 국가의 대표부에 공문을 보내 미국이 지난 3월 13일 주최한 신장위구르 관련 행사에 참석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면서 관련 서한을 공개했다.


중국 제네바 대표부의 위졘화 대사 명의 서한에는 "상호관계와 지속적인 다자 협력에 부합하도록 이런 행사(미국 주최 신장위구르 관련 행사)를 공동 후원하거나, 참여하거나, 참석하지 않도록 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13일에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중국 당국이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위구르족과 카자흐족 등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재교육 수용소를 "인권 침해의 온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각국 외교관들과 인권단체들 등을 대상으로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HRW의 존 피셔 이사는 중국 대표부의 서신에 대해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소수민족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공황에 가까운 양상'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제네바 주재 몇몇 외교관들도 중국 대표부로부터 미국 주최 행사에 참여하지 말도록 종용하는 공문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중국이 심각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대표부는 공문에 대해 즉각적인 사실 확인이나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측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1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 이슬람교도들이 재교육 수용소에서 재교육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재교육 수용소에 수용된 이슬람교도를 대상으로 이슬람교를 부정하고 공산당에 대해 충성하도록 세뇌 교육을 하고 있다고 국제 인권단체들은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재교육 수용소가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대응하는 데 필요하다거나 "인도적 직업교육센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슬람교 소수민족 '탄압'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5년간 이 지역에서 약 1만3천여명의 테러리스트를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지난달 18일 발표한 '신장 반테러·극단주의 척결 투쟁 및 인권보장' 백서를 통해 "2014년 이후 신장 당국은 1천588 개의 폭력 및 테러리스트 조직을 분쇄하고, 1만2천995명의 테러리스트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백서는 또 국제사회 비판의 표적으로 떠 오른 재교육 수용소 운영 문제를 의식한 듯 "테러집단의 주모자 등 소수만이 엄격한 처벌을 받고, 극단주의적 사고에 영향을 받는 이들은 사고의 오류를 가르치는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서 발표에 대해 세계위구르회의 딜사트 라시트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중국이 의도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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