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50주기 맞아 산문 전집·앤솔로지 출간

입력 2019-04-02 13:49  

신동엽 50주기 맞아 산문 전집·앤솔로지 출간
'산문전집'에 신동엽문학상 작품 모은 소설집과 시집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시인 신동엽 50주기를 맞아 그를 기리는 책 세 권이 출간됐다.
출판사 창비와 신동엽기념사업회는 2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신동엽 50주기 기념사업'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동엽 산문전집'과 신동엽문학상을 받은 문인들 작품을 모은 소설집 및 시집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먼저 창비는 시인이 생전에 쓴 평론과 수필, 시극, 편지, 일기, 기행문, 방송 대본 등을 총망라한 '신동엽 산문전집'을 발간한다.
기존 '신동엽전집'과 미발표 산문집 '젊은 시인의 사랑'(실천문학사)에 수록된 산문을 한데 모으면서 오류들을 바로잡고, 새로이 발굴된 미간행 원고를 포함했다.
이 책에서는 산문을 총 7부에 걸쳐 시극·오페레타, 평론, 수필, 일기, 편지, 기행, 방송대본 순으로 기록했다.
신동엽기념사업회 이사장인 강형철 시인과 김윤태 문학평론가가 엮은이로 참여했다.
특히 이번 산문 전집에는 신동엽의 부여시대 문학동인인 '야화' 회원 노문이 제공한 실전 연보가 실렸다.
이 글은 신동엽이 한국전쟁 기간에 '민청' 활동을 한 것과 산으로의 피신 기간에 불명확한 부분을 밝혀주는 중요한 문건이다.
신동엽 아들인 신좌섭 서울대 의대 교수는 "아버지 시에 나오는 전쟁 상황에 대한 묘사들을 보며 아버지가 지리산 빨치산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이번 실전 연보를 보면 아버지가 부여를 떠나 지리산으로 간 것은 사실이고, 한 달 정도 그런(빨치산과 생활한) 기간을 거치지만 그 이후 빨치산으로 활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비는 2013년 '신동엽 시전집'을 선보인 데 이어 6년 만에 '신동엽 산문전집'을 간행하며 전집을 완성했다.



역대 신동엽문학상 수상자 31인의 신작 작품집 2종도 출간됐다.
하종오 등 21인이 총 63편 신작 시를 묶은 시집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과 공선옥 등 10인이 10편 신작 소설을 묶은 소설집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이다.
1982년 창비와 신동엽 시인 유족들이 그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유망한 젊은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기 위해 제정했고, 현재까지 51인 수상자를 배출했다.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이라는 제목은 신동엽 시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에서 비롯됐다.
이 책에 참여한 시인들은 각자의 관심사와 화법을 통해 시대를 노래한다.
사라져가는 전원 풍경에 눈길을 던지거나 자본주의의 모순에 직핍하는가 하면 삶의 고단함에 비의를 느끼거나 한반도 평화에 기대를 표한다.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등장하고, 페미니즘과 소수자 인권을 표현하기도 하며 노동, 생태, 난민 등의 사회 문제에도 가닿는다.
'단단해진다고 깊어지는 건 아닙니다 선생님 / 나날이 전쟁터인 세상에서 어찌 / 깊어지기를 바라겠습니까 / 강물이 가을을 끼고 아래로 내려가는 강둑에 앉아 / 생각해보니 사려 깊을 때는 낮아질 때였습니다 / 강해질 때는 겸허해질 때였습니다 / 이기려고만 하지 않고 질 때도 있다는 걸 / 받아들일 때였습니다' (도종환 '가을 편지' 부분)
'일산병원 장례식장에 정차합니까 하고 물으며 버스에 탄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가 운전석으로 가서는 서울로 나가는 막차가 언제 있습니까 묻는다 자리로 돌아와 한참 창밖을 보다가 다시 운전석으로 가서 내일 첫차는 언제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 (박준 '일요일 일요일 밤에' 전문)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 또한 신동엽의 시 '빛나는 눈동자' 한 구절에서 가져왔다.
이 소설집에는 제목처럼 어둠을 밝히는 여명과도 같은 10개 이야기가 실렸다.
공선옥의 '오후 다섯 시의 흰 달'에는 하나뿐인 딸이 독립하고 혼자가 돼버린 퇴임 교수 '윤'이 고독한 일상 속에 등장한 다섯살 아이를 납치하려는 계획이 서늘하게 그려진다.
김금희의 '깊이와 기울기'에는 제주 부속 섬 예술인 레지던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여 고장 난 자동차를 몇 날 며칠간 수리해 마침내 시동을 거는 장면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박민규는 '마리아 말로'에서 17세기 에스파냐로 원정 출산을 떠난 마리아가 결국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내 옆에는 네가 네 옆에는 또 다른 가슴들이' 있다고 말하는 신동엽 시의 한 구절처럼 이 형형색색 이야기들은 빛나는 내일을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강형철 시인은 "신동엽문학상은 문인이나 소설가 이름을 딴 문학상 중 그 문인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고 현실에 가장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상"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앤솔로지는 특정 주제를 정하지 않았고,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bookman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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