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첫 직접 촬영 결과인 듯…6개국서 동시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유럽남방천문대(ESO)가 10일 블랙홀을 관측해 온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이하 EHT)'의 첫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공표해 블랙홀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2일 ESO와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연구이사회, EHT 프로젝트는 10일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10시) 브뤼셀에서 "EHT의 획기적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기자회견은 ESO 웹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되며, 브뤼셀 이외에 워싱턴D.C.와 산티아고, 상하이, 도쿄, 타이베이 등 5곳에서도 동시에 별도 회견이 진행된다.
이 회견에서 발표될 내용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리 은하의 블랙홀을 처음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블랙홀은 빛을 포함한 모든 전자기 복사를 흡수해 광학 망원경에서 X선, 감마선, 전파 망원경에 이르는 인류가 가진 어떤 망원경으로도 관측되지 않는다. 그러나 빛의 속도로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의 바깥쪽 경계선인 사건의 지평선은 쉽지는 않지만, 이론적으로는 관측이 가능하다.
EHT는 세계 각지의 전파 망원경 15~20개를 연결해 만든 지구 크기의 거대한 가상 망원경으로, 지난 몇 년간 사건의 지평선을 포착하기 위해 우리 은하 중심의 초질량 블랙홀인 '궁수자리(Sagittarius) A*'에 초점을 맞춰왔다.
궁수자리 A*는 지구에서 약 2만6천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며, 인류가 블랙홀 주변의 물질 흐름을 실제로 목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블랙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약 2천개의 은하가 빽빽이 들어찬 비르고 은하단의 중심에 있는 M87도 초점이 됐다.
EHT는 2017년부터 만 1년간 각 전파 망원경이 동시에 관측한 자료를 모아 슈퍼컴퓨터에 넣고 분석 중이며, 블랙홀 이미지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면 지난 50년 사이 물리학과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최대의 성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EHT 관측 결과는 공개되기 전 다른 논문들과 마찬가지로 동료 과학자들의 심사를 거치게 된다.
EHT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피터 갤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데일리메일 온라인과의 회견에서 EHT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그 이미지는 가장 '상징적인 과학의 이미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암스테르담 대학의 이론 천체물리학자인 세라 마르코프 교수도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과학자들이 지난 20년간 이 목표를 향해 연구를 해왔다"면서 EHT 관측 자료는 블랙홀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블랙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매력적인 통찰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0만배 이상에 달하는 대형 가스 구름의 중력이 붕괴하면서 형성된 뒤 은하 중심의 초질량 블랙홀로 합병되거나, 태양 질량의 100배에 달하는 대형 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미지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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