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교착상태 놓고 獨외무차관 직격탄…"엉망진창 상황"
네덜란드 극우의 '넥시트' 주장에 총리 "영국같은 혼란 안돼"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해 갈지자 행보를 하는 영국이 유럽 내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노 딜'(no deal) 브렉시트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등 영국 정치권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면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자, 영국 정치인을 조롱하고 반면교사로 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독일 외무부 유럽 담당 차관이자 사회민주당 의원인 미카엘 로트는 최근 사민당 회의에서 영국 내각의 90%는 노동자가 어떻게 생계를 꾸리고 일하고 행동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서 "엉망진창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영국 정치인들을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사립학교에 이어 엘리트 대학에 진학한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은 의회에서 현재의 교착상태에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들의 행동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에 고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극우파에서 넥시트(Nexit; 네덜란드의 EU 탈퇴)를 주장하는 데 대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네덜란드를 영국과 같은 혼란 속으로 밀어 넣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U에 부정적인 포퓰리즘 정당이 득세한 이탈리아에서도 EU 탈퇴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극우정당 '동맹' 소속인 유력정치인인 클라우디오 보르기 하원 예산위원장은 "EU 탈퇴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면서 "과반 득표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U 관계자들의 발언도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
영국과의 브렉시트 협상에 참여했던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브렉시트운영위원회 위원장은 1일 트위터에 "영국 하원이 모든 방안을 부결시켰다. (EU와의 완전한 결별을 뜻하는) 하드 브렉시트가 거의 불가피한 것으로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벨기에 총리를 지낸 그는 "오는 3일, 영국은 교착사태를 타개할 마지막 기회를 갖거나 그렇지 않으면 나락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EU와 합의한 탈퇴협정을 세 차례나 부결시킨 영국 하원은 1일 여러 브렉시트 대안을 놓고 두 번째 '의향투표'(indicative vote)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런 교착상태가 계속되면서 영국은 '노 딜' 브렉시트와 브렉시트 '장기 연기' 방안을 놓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앞서 EU는 영국 하원이 EU 탈퇴협정을 승인할 경우 브렉시트 시한을 당초 예정된 3월 29일에서 5월 22일로 연기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만약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4월 12일 '노 딜' 브렉시트를 하는 방안과 5월 23일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장기 연기'를 하는 방안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만약 영국 하원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아무런 방안도 찾지 못할 경우 영국은 오는 12일 '노 딜' 브렉시트를 맞게 된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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