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다른 팀에서 들으면 욕할지 몰라도 4년이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이 2018-2019시즌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2004-2005시즌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처음 잡고 이후 15년 사이에 정규리그 1위를 6번이나 차지한 유 감독은 평균 2년 반에 한 번꼴로 정규리그를 제패했기 때문에 올해 4년 만에 정규리그 1위에 복귀한 것이 '오래 걸렸다'는 의미다.
그런데 10개 팀이 경쟁하는 리그에서 한 번 하기도 힘든 '1위' 자리이다 보니 남들을 의식해서 '다른 팀에서 들으면 욕할지 몰라도'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다.
바로 이 유재학 감독의 소감을 들으면서 '쌍욕'이 가장 먼저 튀어나왔을 것 같은 두 팀이 올해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정규리그 2위 인천 전자랜드와 3위 창원 LG는 KBL 리그에서 '우승이 부러운 팀은 단연 우리다"라고 외치는 팀들이다.
전자랜드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정규리그 1위를 한 번도 못 해봤고, 챔피언결정전 진출 경력도 없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력이 없는 구단은 전자랜드 외에 LG와 부산 kt가 있지만 아예 챔피언결정전에 나가보지도 못한 팀은 전자랜드뿐이다.
전자랜드의 역대 정규리그 최고 성적은 2위인데 2010-2011시즌과 올해 두 차례다. 2010-2011시즌에는 4강에서 전주 KCC를 만났으나 1승 3패로 탈락했다.
6강을 거쳐 4강에 오른 것은 2003-2004, 2012-2013, 2014-2015시즌까지 세 번이 있었는데 역시 모두 탈락의 쓴잔을 들었다.
가장 아쉬웠던 시즌은 역시 2014-2015시즌이었다.
당시 정규리그 6위를 하고도 3위였던 서울 SK를 6강에서 3전 전승으로 완파했다. 4강에서도 정규리그 2위 원주 동부(현 DB)를 맞아 4차전까지 2승 2패로 맞섰지만 끝내 챔피언결정전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네 차례의 4강 플레이오프 전적은 3승 12패다.
LG도 이에 못지않다. 그나마 전자랜드보다 나은 점이라면 정규리그 1위를 2013-2014시즌에 한 차례 했고, 챔피언결정전에도 2000-2001시즌과 2013-2014시즌 두 차례 올랐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2000-2001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에 1승 4패로 졌고, 2013-2014시즌에는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구단으로 따지면 LG 쪽 사정이 조금 나아 보이지만 감독을 비교하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LG 현주엽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우승이 없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1997-1998시즌과 1998-1999시즌 대전 현대(현 전주 KCC)에서 선수로 뛰면서 우승했고, 코치로도 2003-2004시즌 KCC에서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했다.
반면 현주엽 감독은 현역 시절 플레이오프에 네 차례 출전했는데 경기 결과는 1승 9패에 그쳤다.
선수 시절에는 네 차례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도 다음 라운드 진출을 경험하지 못했던 현 감독은 일단 올해 6강에서는 kt를 3승 2패로 따돌리고 지도자로 처음 맞이한 단기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1999-2000시즌 현 감독이 몸담았던 SK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지만 현 감독은 정규리그 도중 골드뱅크로 트레이드되면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동안 사연이 어찌 됐든 과연 둘 중에 어느 쪽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우승의 숙원'을 풀어낼 기회를 얻을 것인지 올해 4강 코트가 더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두 팀의 4강 플레이오프(5전 3승제) 1차전은 4일 오후 7시 30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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