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소프트웨어 가진 중국 여성, 트럼프 별장 들어갔다 체포(종합)

입력 2019-04-03 21:45  

악성소프트웨어 가진 중국 여성, 트럼프 별장 들어갔다 체포(종합)
마러라고 무단침입 등 혐의로 형사고발…"사건 당시 트럼프는 인근서 골프"
미 언론, 보안 우려 제기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악성 소프트웨어를 소지한 중국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머물던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들어갔다가 체포됐다.
로이터통신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매체는 장위징이라는 이름의 중국 여성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 들어갔다가 대통령 경호실 요원들에게 붙잡혔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러라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휴가는 물론 세계 지도자들과의 만남 등을 위해 자주 찾아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 중국 여성이 마러라고에 무단으로 들어왔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근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다고 CNBC는 전했다.
이 중국 여성은 토요일이던 지난달 30일 낮 12시 15분께 수영장에 가려 한다며 마러라고의 검문소에 있는 경호실 직원에게 접근해 자신의 사진이 담긴 중국 여권 2개를 제시했다.
마침 '장'(Zhang)이란 이름이 이 클럽의 회원 명단에 있었지만 이 여성은 장이 아버지냐는 물음에 뚜렷하게 답하지 않았다. 누구를 만나러 왔느냐는 물음에도 명쾌한 대답을 못 했다.
언어 장벽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경호실 직원은 이 여성이 장이란 회원의 딸이나 친척이라고 짐작하고 여성을 들여보냈다.
이후 리조트 구내에 진입한 이 여성은 안에 있던 리조트 직원에게는 다른 설명을 내놨다.
직원이 여러 차례 질문하자 이 여성은 그날 저녁 '유엔 중국계 미국인 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하려는데 현장을 보고 사진을 찍기 위해 일찍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행사는 없었다. 이 여성은 초청장이라며 문서를 내놨지만 중국어로 쓰여 있었다.
경호실 직원들이 다시 심문하자 이 여성은 '찰스'라는 중국인 친구가 상하이에서 이 행사가 열리는 팜비치로 와서 대통령의 가족들에게 중국과 미국의 대외 경제 관계에 대해 얘기해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영장에 가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여성의 소지품을 수색한 결과 악성 소프트웨어가 저장된 USB 저장장치와 노트북 컴퓨터, 외장 하드 디스크, 휴대전화 4대 등이 나왔다. 하지만 수영복은 없었다.
이 여성은 연방공무원에게 거짓 진술을 하고 제한구역에 무단침입한 혐의로 플로리다 남부 지방법원에 형사 고발된 상태다. 이 여성은 묵비권을 주장하고 있다.
WP는 이 여성이 언급한 '찰스'가 '유엔 중국 친선 협회'라는 단체를 운영하는 행사 기획자 '찰스 리'를 말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WP는 찰스 리와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중국 여성의 변호인은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간지 마이애미 헤럴드는 찰스 리가 중국 고객들에게 마러라고 행사 티켓이 포함된 여행 패키지를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이 티켓 중 일부는 '리 신디 양'이 제공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앞서 마이애미 헤럴드 등은 중국계 사업가인 신디 양이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며 중국 사업가들을 공화당 정치 거물들에게 소개하는 불법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WP는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진이 클럽 회원들과 그들의 손님들에게 개방된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무는 것이 과연 얼마나 안전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번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경호실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로이터 제공]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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