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의 차관급 인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지역구 도로사업과 관련해 "두 사람은 말 못 하니 내가 알아서 가능하게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 부대신(副大臣)은 지난 1일 혼슈(本州)와 규슈(九州)를 잇는 도로사업 조사와 관련해 "국가가 직접 관할하는 조사로 끌어올렸다"며 "내가 '손타쿠' 했다"고 말했다.
손타쿠(忖度)는 구체적으로 지시를 받지는 않았지만, 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한다는 뜻이다.
손타쿠는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사학재단들이 특혜를 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학 스캔들'에도 등장해 2017년에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당시 담당 공무원들이 아베 총리 혹은 윗선의 의사를 헤아려 특혜를 줬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쓰카다 부대신은 기타큐슈(北九州)에서 열린 여당 추천 후쿠오카(福岡)현 지사 선거 후보의 집회에서 문제의 발언을 하며 해당 사업이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의 지역사업이라고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면담했던 여당 간부가 "총리와 부총리의 지역사업"이라고 말해 자신이 "알았다"고 답했다면서 "총리나 부총리가 그런 것은 말할 수 없으니 내가 '손타쿠' 했다"고 말했다.
도로사업은 아베 총리의 선거구인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시와 과거 중선거구 시절 아소 부총리의 지지기반이었던 기타큐슈시를 연결하는 것이다.
2008년에 추진이 보류된 사업인데, 2017년에 지방자치단체 예산과 국가 지원금으로 조사가 재개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 국가가 조사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쓰카다 부대신은 지난 2일 "일련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므로 철회하고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발언은 정부 고위급이 사업 선정 시 스스로 총리와 부총리를 배려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국회 등에서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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