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하노이' 고민 北, 남북관계에 소극적…협력사업 답보

입력 2019-04-03 10:55   수정 2019-04-03 14:21

'포스트 하노이' 고민 北, 남북관계에 소극적…협력사업 답보
매체는 南신중론 비판, 이중적 태도…南, 상황 감안해 화상상봉 신중 접근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포스트 하노이' 행보를 저울질하고 있는 북한이 남북간 교류협력에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남북관계가 좀처럼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선전매체를 통해 남측의 남북관계 '신중론'을 연이어 비판하고 있지만, 실제 남북협력 논의에서는 관망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다.
그동안 비교적 충실히 진행되어온 '9·19 군사합의' 이행도 최근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남북은 1일부터 강원도 철원 소재 비무장지대(DMZ) 지역인 화살머리고지에서 6·25전쟁 전사자 공동 유해발굴을 시범적으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이 공동유해발굴단 구성을 남측에 통보하지 않고, 남측의 장성급 군사회담 제안에도 답신하지 않아 남측 단독으로 발굴에 착수하게 됐다.
이산가족 화상상봉도 아직 북측의 입장을 본격적으로 타진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3일부터 남측 13개 화상상봉장의 개·보수에 착수하는 등 상봉에 필요한 국내 준비에 돌입했고 북측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복귀로 협의 창구도 열렸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과의 협의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DMZ 공동유해발굴에 응하지 않는 등 남북관계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섣불리 화상상봉 관련 협의를 제안했다가 호응이 없을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3일 "현재 유관기관과 협의 중"이라며 "(화상상봉 관련) 북측에 구체적인 제의를 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는 대북 운송수단 등에 대해 미국과 제재 면제 협의를 마무리하고도 북측의 '무응답'으로 결국 전달되지 못했다. 독감이 유행하는 겨울철이 지나면서 결국 대북 전달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최근 남북협력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것은 2월 27∼28일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미정상회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회담에 앞서서는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고 회담이 합의 불발로 끝나 대외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남북관계를 비롯한 이후 행보도 좀처럼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조선의 오늘', '메아리' 등 선전매체를 통해 남측 당국의 남북관계 '신중론'은 "선언 이행에 대한 책임회피론"이라며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하지 말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실제 행동에선 자신들이 소극적으로 나오는 등 다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언론매체의 비판은) 남측이 좀 북측의 입장에서 중재해 달라는 뜻"이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서 보듯 대화의 문은 열어놓고 관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와 이를 전후로 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당 전원회의 등을 통해 '포스트 하노이' 정책방향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정치일정이 다음 주 중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전까지는 남북관계 등에서 섣불리 움직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북한은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정책방향 결정의 주요 요인으로서 주시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측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을 하나의 모멘텀으로 굉장히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남북관계 차원에서 뭔가 행동을 취하기보다는 일단 한미의 입장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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