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찾은 하퍼, '배신자' 야유에 '배트 던지기'로 응수(종합)

입력 2019-04-03 12:27  

친정 찾은 하퍼, '배신자' 야유에 '배트 던지기'로 응수(종합)
워싱턴전에서 투런포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 대활약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따뜻한 환대는 없었다.
워싱턴 내셔널스 팬들은 팀을 옮긴 브라이스 하퍼(27·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배신자' 취급하며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3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워싱턴의 시즌 첫 맞대결은 하퍼의 이적 후 첫 친정팀 방문으로 많은 관심이 쏠렸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워싱턴에 입단한 뒤 리그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한 하퍼는 지난달 역대 자유계약(FA) 최고액인 13년간 3억3천만 달러에 도장을 찍고 필라델피아로 이적했다.
하퍼는 첫 친정 방문을 앞두고 "첫 타석에 들어갔을 때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기대된다"라며 "워싱턴 팬들은 날 환영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퍼는 워싱턴에서 7년간 통산 0.279의 타율과 184홈런, 521타점을 남겼다.
하퍼는 워싱턴에서 눈부신 업적을 남긴 그를 팬들이 따뜻하게 받아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오산이었다.
경기 전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려 워싱턴 구단과 도시, 그리고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지만 이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경기 전 워싱턴 구단은 전광판을 통해 하퍼의 7시즌을 축약한 기념영상을 틀었다.
하퍼를 향한 응원 소리도 있긴 했지만, 극소수였고 소리는 작았다. 경기장을 온통 휘감은 것은 하퍼를 향한 가혹할 정도의 야유였다.
필라델피아 라인업 발표 때도 야유는 끊이지 않았고, 하퍼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 더욱 커졌다.
워싱턴 팬들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사랑을 독차지하고도 하필이면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라이벌인 필라델피아로 이적한 하퍼를 용서하지 않았다.
'MASN'의 캐스터 밥 카펜터는 "눈을 감았다면 (포스트시즌이 열리는) 10월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경기장 분위기는 격앙돼 있었다.
워싱턴 선발 맥스 셔저가 필라델피아의 3번 타자 우익수로 나선 하퍼를 1회 첫 타석에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을 잡아내자 야유는 엄청난 환호성으로 변했다.
'위싱턴 포스트'는 "워싱턴팬들이 온순하고 거의 야유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일이겠지만 하퍼는 더그아웃에서 나와 홈플레이트로 걸어가고, 타석에 들어서는 모든 순간마다 야유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퍼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야유를 잠재웠다. 하퍼는 이날 투런포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3타점 대활약으로 8-2 승리를 이끌었다.
하퍼는 8회 투런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은 뒤 배트를 방망이를 힘껏 집어던졌다.
'빠던(배트 던지기)'은 메이저리그에서는 금지된 행동이지만 하퍼는 주저없이 배트를 허공으로 던지며 팬들의 야유에 대해 일종의 응답을 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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