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4·3 추념식서 개인사 고백…"저도 비슷한 처지"(종합)

입력 2019-04-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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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총리, 4·3 추념식서 개인사 고백…"저도 비슷한 처지"(종합)
6·25 전쟁 전후 시기 작은아버지도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살해돼" 대목선 목메어 멈추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제주도민 여러분께 거듭 위로와 경의를 표합니다. 저 또한 여러분과 비슷한 처지라는 개인적인 고백을 드립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3일 아픔이 있는 개인사를 공개석상에서 처음 밝혔다.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추념사를 통해서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이념 갈등이 정부의 과잉진압으로 이어져 무고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비극을 말한다. 4·3사건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에 달하는 2만5천∼3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총리는 추념사에서 "71년 전 그해 제주의 봄은 이념의 광기와 폭력에 짓밟혔다"며 "세계가 냉전으로 나뉘고 조국이 남북으로 갈라지는 과정에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참혹하게 희생되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념이 뭔지도 모르는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살해되셨다. 젖먹이, 임신부, 팔순의 노인까지 광기의 폭력을 피하지 못하셨다"고 말하면서는 목이 멘 듯 잠시 멈추기도 했다.
'젖먹이', '임신부', '팔순의 노인' 등 이념 논란에서 거리가 가장 먼 평범한 시민들이자 희생자였던 사람들을 한명 한명 거론하는 대목에서다.
이 총리는 정부가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뒤 추념사를 마무리하며 "저 또한 여러분과 비슷한 처지"라는 고백을 내놓았다.
이 총리는 이것으로 발언을 마무리하고 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해당 발언은 당초 원고에 없었지만 이 총리가 현장에서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발언은 6·25전쟁 발발 이후인 1952년 학살당한 작은아버지를 두고 언급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당시 신혼이었던 작은아버지는 이 총리가 젖먹이였을 때 한집에서 살던 중 마을에서 변고를 당했다.
이 총리는 1952년 12월생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1952년 1월 11일생(음력 1951년 12월 15일)이다.
이 총리의 작은아버지가 희생된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총리가 4·3 당시 이념 갈등으로 가혹한 희생을 치러야 했던 제주도민들에게 "여러분과 비슷한 처지"라고 말한 것은 당시 작은아버지도 이념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무고한 희생자였을 거란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총리와 가족들이 겪은 아픔은 이후 이 총리의 의정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총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6·25전쟁 전후 전국적으로 자행된 민간인 학살 문제 진상규명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그가 의원이 된 후 처음 발의한 법안도 '함평 양민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특별법'이었다.

yu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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