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이닝 무볼넷 류현진, '보더라인 피치' 빛났다

입력 2019-04-03 14:22   수정 2019-04-03 16:18

13이닝 무볼넷 류현진, '보더라인 피치' 빛났다
범가너에게 홈런 맞은 커터는 가운데 몰린 실투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최근 입만 열면 "볼넷을 내주기는 정말 싫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제구력이 나쁜 투수가 아니다.
그는 지난해까지 총 97경기에서 557⅔이닝을 던지며 볼넷 140개만을 기록했다. 9이닝 기준으로 경기당 2.26개의 볼넷을 기록, 최고의 투수로 불리는 클레이턴 커쇼(경기당 2.30개)보다도 볼넷을 적게 줬다.
올 시즌 류현진의 제구력은 더욱 빛난다.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이른바 '보더라인 피치'를 하고 있다.
몸쪽 높은 스트라이크를 꽂았다가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로 타자의 눈높이를 현혹하고 있다.
류현진 "볼넷 주느니 투수에게 홈런 맞는 게 낫다" / 연합뉴스 (Yonhapnews)
류현진은 스트라이크존을 넘나드는 보더라인 피치를 하면서도 올 시즌 2경기에서 13이닝 동안 단 1개의 볼넷을 허용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경기까지 포함하면 28이닝에서 볼넷으로 주자를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
볼넷을 허용하지 않으니 1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지난해 1.01에서 0.77로 더욱 떨어졌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경기에서도 5회까지 보더라인을 오가며 완벽한 투구를 했다.


그러나 6회초 1사 1루에서 상대 투수 매디슨 범가너를 상대하다 좌월 투런홈런을 두들겨 맞았다.
앞선 3회초에는 범가너를 상대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던 류현진은 6회초에는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컷패스트볼(커터)이 가운데로 쏠린 탓에 한 방을 얻어맞았다.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무심코 던진 탓인지 141㎞짜리 커터가 바깥에서 가운데로 밋밋하게 흘러들어왔다.
높이도 타자가 장타를 치기 쉬운 허리벨트보다 조금 높았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0.254, 홈런 17개를 기록한 범가너는 작정한 듯 풀스윙으로 외야 관중석에 꽂았다.
깔끔한 투구를 이어가던 류현진이 한순간 방심한 실투에 대가를 치른 셈이다.
아무리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라도 기계가 아닌 사람인 이상 한 경기를 치르면서 실투를 1개도 저지르지 않을 수는 없다.
류현진도 한 번의 실수로 무실점 경기를 놓쳤지만 그런데도 올 시즌 전망이 밝아 보이는 것은 예전보다 향상된 '보더라인 피치'가 빛나기 때문이다.
shoele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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