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감독이 되니까 한컷까지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지네요."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미성년'으로 감독 데뷔한 김윤석(51)을 3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티를 안 내려고 하는데, 무척 긴장된다"면서 "데뷔작이 은퇴작이 안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미성년'은 자신의 아빠, 엄마가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된 두 여고생을 중심으로 평온한 두 가정이 격랑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윤석은 2014년 12월 대학로 소극장에서 본 연극 한 편에 마음이 끌려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고 했다. "정식 공연이 아니라 젊은 연극인들이 직접 창작한 작품들을 시연하는 무대였는데, 한 작품에 눈길이 갔죠. 독특한 시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극에서 출발한 영화가 관객에게 선보이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언젠가 감독을 하고 싶었다"는 김윤석의 꿈도 마침내 이뤄졌다.
"영화 '황해'를 찍을 때도 하정우와 '형이 먼저 (연출) 하세요, 네가 먼저 해라' 이런 이야기를 나눴죠. 연극연출도 해봤기에 언젠가는 영화 연출을 하려 했는데 운이 좋았어요.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고, 원작자 도움을 받으며 공동작업도 했죠. 제 나이를 봤을 때 시기적으로도 적절했고요."
김윤석은 "감독 입장에서 배우 연기를 모니터로 보니까 굉장히 다른 것이 보였다"면서 "그 과정에서 저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미성년'은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다양하게 반응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섬세하면서 담백하게 그린다. 김윤석은 '황해' '남한산성''도둑들' '1987' '암수살인' 등 주로 선이 굵고 강한 작품에 주로 출연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운 작품들과 '미성년'은 결이 전혀 다르다.
"저는 드라마와 연기가 중심인 작품을 좋아합니다. 결국 오래가는 테마는 인간 이야기죠. 왕이나 히어로가 아닌 이웃의 평범한 이야기는 두 번, 세 번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개인의 삶에 섬세하게 다가갔을 때, 언제봐도 새로운 것이 보이죠."
김윤석은 "이 작품 역시 효과적인 장면 구성과 캐릭터, 연기를 받쳐줄 수 있는 대사에 승부를 걸었다"면서 "특히 네 사람의 표정이 가장 중요했다. 신인 감독의 패기로 배우들의 소중하고 빛나는 순간을 클로즈업으로 담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영화는 잘못을 책임지지 않은 어른들과 해답을 찾아가려는 아이들 모습을 대비하며 '어른다움'을 묻는다. 김윤석이 고민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쉬운 예로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 사람들 보는 앞에서 이를 쑤시게 되죠. 젊었을 때는 추하게 생각했는데, 어느덧 그런 감각이 없어지고 무뎌집니다.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고, 존중이나 배려를 할 줄 모르는 행동을 하죠. 정신적으로 단순해집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요?"
김윤석은 극 중 주리 아빠 대원을 직접 연기했다. 무책임하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바람 핀 사실을 딸에게 들킨 뒤 딸을 피해 요리조리 도망 다니다 결국 험한 일을 겪는다.
그는 "대원이라는 인물은 기성세대로 진입한 중년으로, 조금 윗세대와 아랫세대에 끼여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을 뜻하는 '대원'이라는 이름을 쓴 것은 익명성을 띠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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