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출연해 "성 소수자들에게 열린 자세 가져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파리의 도심에서 트랜스젠더(성전환자)라는 이유로 집단 욕설과 폭행을 당한 여성이 TV에 출연해 "그동안 일상처럼 당해온 일"이라면서 프랑스 사회의 성 소수자에 대한 포용을 촉구했다.
자신의 이름을 '줄리아'라고 밝힌 이 트렌스젠더(성전환자) 여성은 3일(현지시간) BFM 방송에 나와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오래 망설였지만, 당시 촬영된 영상이 있었기에 고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줄리아는 지난달 31일 저녁 파리 시내 레퓌블리크 광장의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나오다가 갑자기 아랍계 남성들 십수 명에 둘러싸여 모욕과 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줄리아의 외양으로 트랜스젠더임을 알아채고 갑자기 그를 조롱하고 침을 뱉고 급기야 주먹까지 휘둘렀다.
당시 파리교통공사(RATP) 소속 보안요원들이 출동해 폭행을 만류했고, 줄리아가 조롱과 폭행을 당하는 장면은 한 시민이 스마트폰 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서 확산했다.
가해 남성들은 당시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알제리의 압델 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연임 시도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한 알제리계 이민자들로 추정된다.
줄리아는 이날 방송에 출연해 "내가 당한 이런 모욕은 LGBT(성 소수자) 구성원들에게 매우 흔히 일어나는 일상"이라면서 "그런 일에 대한 발언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지 내가 나라는 이유로 공격을 받았다. 사람들이 좀 더 성 소수자에게 열린 자세를 가지면 좋겠다. 2019년의 파리에서 이런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고 했다.
줄리아는 아울러 폭력을 제지하고 자신을 구해준 보안요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그들이 자신을 '므슈'(Monsieur·남성에 대한 존칭)로 부르고는 복장에 대해 "이렇게 입고 다니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나를 때리고 모욕하더라도 내가 여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 사건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범죄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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