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민병헌의 '원맨쇼' 속에 SK에 3-1 승리
민병헌 "롯데 선수들이 이제는 식구처럼 느껴져"
(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경기를 마친 민병헌(32·롯데 자이언츠)의 입술은 다 부르터 있었다.
민병헌은 팀의 톱타자로 매 타석 꼬박꼬박 안타를 적립했고, 누상에서도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 배터리를 괴롭혔다.
중견수로도 여러 차례 호수비를 펼치는 등 민병헌은 한 경기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모두 드러내 보였다.
민병헌은 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시즌 2차전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타 포함 5타수 5안타 1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개인 통산 한 경기 5안타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즌 타율은 0.378에서 0.452로 치솟았다.
민병헌은 1회와 3회, 그리고 6회 모두 안타를 때려냈다. SK 선발 문승원(6이닝 무실점)이 이날 허용한 안타 4개 중 3개가 민병헌의 배트에서 나왔다.
민병헌이 활발히 출루했지만, 득점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양 팀 선발투수의 호투 속에 0-0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졌다.
롯데는 SK의 투수가 바뀐 7회에 균형을 깼다. 2사 2루에서 민병헌이 바뀐 투수 하재훈을 상대로 좌전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았다.
롯데는 이어 손아섭, 전준우의 연속 안타와 상대 불펜 김택형의 폭투로 2점을 더했다.
민병헌은 9회초에도 또 안타를 치고 5타석 모두 안타를 적립했다.
중견수 수비에서도 장타성 타구를 여러 차례 건져내는 등 조금도 쉴 틈이 없었던 민병헌의 입술이 성치 않은 것은 당연했다.
경기 후에 만난 민병헌은 개인 통산 첫 5안타 활약에 대해서 "생각했던 구질이 운이 좋게 가운데로 들어와서 안타가 됐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민병헌은 철벽 수비에 대해서는 "나는 수비형 선수"라며 "수비는 못 하면 안 된다. 매번 긴장하고 스타트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외야수는 실수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개막 7연패로 최악의 출발을 보였던 롯데는 올 시즌 5승 5패로 무난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민병헌은 "작년보다 페이스가 훨씬 좋은데,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며 "플레이오프까지 가서 그 이상을 노려보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그는 "여름이 되면 체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그때 가서 타격이 안 되면 수비라도 잘하고, 출루하면 도루라도 해서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시즌 4년간 80억원에 달하는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의 부담감에 짓눌렸던 민병헌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다"며 "스윙에 대한 단점을 보완하려고 했고, 체력 관리도 열심히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제는 롯데 선수들이 식구같이 느껴진다"며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몸도 가볍다"고 했다.
평소 버스에서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민병헌은 이제는 잠을 자는 습관이 들었다. 롯데 특유의 먼 이동 거리에 몸이 적응한 것이다.
그는 "두산 시절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뜬눈으로 내려온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 버스에서 깊이 잠들고도 호텔 가면 다시 5분 만에 잠이 든다"고 했다.
민병헌은 "이제 겨우 2년 차지만 롯데 선수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내일 경기하려면 일찍 자야 한다"며 서둘러 짐을 싸서 버스에 올라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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