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 고향에 가고 싶지만 내전 재발할까 두려움에 망설임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촐 뎅과 남편, 그리고 다섯 아이가 지친 몸으로 나무 밑에 앉아 있다.
이들은 총탄에 희생된 이웃들의 시신이 나뒹구는 북부 말라칼의 고향 마을을 떠났다가 5년 만에 돌아왔다.
2015년 평화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지난 6개월간 전쟁이 없었던 사실에 고무되어 이웃 나라 에티오피아와 수단을 난민으로 전전하다 돌아온 일부 주민들 대열에 합류한 것.
뎅은 3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사람들이 죽었다. 많은 사람이 말라칼 전역에서 문자 그대로 시신 위를 걸어 다녔다. 그래서 우리는 떠났다"라며 지난 2014년 2월 북부 수단으로 떠나던 때를 떠올렸다.
뎅은 당분간 가족들과 함께 전쟁의 직격탄을 비껴간, 반군 점령 지역인 상나일주(州) 우디어에 머물 것이라며 "나라에 평화가 찾아온 것인지 살펴보고 싶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라고 전했다.
분석가와 외교관들은 그러나 아직 평화협정이 좌초 상태에 빠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언젠가는 뎅과 그 가족은 한때 남수단 제2의 도시였던 말라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지금 말라칼은 전쟁의 잿더미로 변했으며 이곳에는 현재 유엔 난민 캠프에 3만여명의 주민이 머물고 있다.
뎅은 "항상 두려울 따름이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라며 전쟁이 언제 또 일어날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디어에서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자동소총을 어깨에 메고 먼지가 이는 거리와 시장을 활보하고 있다.
관측가들은 최근 남수단 정부와 반군이 맺은 평화협정이 내달 연립정부 구성을 앞두고 위험한 상태에 빠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남수단 전문가인 앨런 보스웰은 (정부군과 반군) 양 진영이 전쟁을 멈춘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다른 것들은 하나도 진전된 게 없다고 말했다.
남수단 수도 주바에 머무는 데이비드 시어러 유엔 특사는 반군 대원들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주바에 들어온 것을 볼 수 있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시어러 특사는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함께 더 노력해야 한다. 모멘텀이 사라지면 좌절감이 깃들고 분노가 자리 잡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관측가들은 앙숙인 살바 키르 대통령과 부통령 출신의 반군 지도자 리크 마차르가 정부를 구성해 하나가 되려고 세 번째 시도를 하고 있지만, 협정문에 명시된 합의사항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재앙만 불러올 뿐이라고 경고했다.
남수단에서는 2013년 키르와 마차르 간 권력투쟁이 종족 간 분쟁으로 번지면서 유혈폭력과 성폭력 등 반인륜범죄가 자행돼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2015년 평화협정이 맺어지면서 마차르가 부통령직에 복귀했지만, 이듬해 7월 협정이 파기되고 주바를 시작으로 또다시 유혈사태가 빚어져 마차르는 결국 인근국으로 피신했다.
내달 마차르의 귀환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수도 방위에 대한 군 병력의 편성이나 단일 정부군 구성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 등 진행된 것이 없다.
내각 업무를 담당하는 마틴 엘리아 로모로 장관은 연립정부 구성 일정이 한 달 남았다며 "지지부진한 사항들을 바로잡을 것이다. 협정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우리가 늦었다고만 말할 뿐 그 누구도 '우리가 이런 방법으로 도와줄게'라고 말하지 않는다"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남수단 정부는 국제사회에 군 병력 통합 및 단일 정부군 결성 등 연립정부 구성에 드는 예산 2억8천500만 달러(약 3천200억원)의 많은 부분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주바 정부가 최근 수년간 국고를 횡령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주바에 있는 한 외교관은 "평화협정을 지켜내려면 재정에 대한 투명성이 더욱 많이 요구되나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가지 또 해결해야 할 사항은 국내 경계 획정에 대한 사항이다.
남수단은 2011년 북부 수단으로부터 독립하고서 10개의 주 정부를 획정했으나 이후 32개 주로 나누어졌다.
비평가들은 키르 대통령이 그의 권력을 굳건히 하기 위해 전통적인 주 경계를 허물고 선거구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획정하는 소위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전략을 썼다고 평가하고 있다.
ICG는 중재자들에게 키르와 마차르, 그리고 협정 조인 당사자들을 밀어붙여 5월로 예정된 연정 구성을 연기하고 제삼자가 주도하는 중립군(protection force)의 창설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보스웰은 아직 아무도 우간다와 수단 대통령이 중재한 평화협정의 시행 절차를 밟고 있지 않다며 "중재자들이 과연 평화협정을 지켜내고 남수단이 전쟁의 나락으로 다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보스웰은 그러면서 "그러면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남수단 평화 프로세스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은 지금 국내문제로 무척 바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남수단 내전으로 40만명이 사망하고 400여만명이 집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촐 뎅과 같은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고향으로 돌아오려고 계획하는 가운데 유엔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또 다른 주민들은 평화회복의 구체적인 증거를 확인하려 애쓰고 있다.
주바의 난민 캠프에 사는 레베카 니알로레 존은 "평화가 찾아오면 모든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살육이 멈추고 폭력이 사라지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서 평화롭게 지낼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한편 AP 통신은 3일 키르 대통령과 마차르 전 부통령이 오는 10일 교황청에서 회동할 것이라고 마차르 측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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