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출신 우크라 대통령 가능성에 서방 우려 시선

입력 2019-04-04 11:08   수정 2019-04-04 16:46

코미디언 출신 우크라 대통령 가능성에 서방 우려 시선
"정체 불명 신인이 푸틴에 맞설 수 있을지 의문"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코미디언 출신 정치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1위로 오는 21일 치러지는 결선에 진출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유럽은 만약 젤렌스키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지난 5년간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이 이끌어온 반러시아 노선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포로셴코 대통령이 그동안 러시아의 다양한 협박과 무력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세력권에 편입되지 않기 위해 값비싼 투쟁을 치러왔음을 지적하면서 정치신인 젤렌스키가 과연 러시아의 전천후 협박에 맞서 친 EU 노선을 견지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WSJ은 지적했다.



젤렌스키는 선거전에서 반러시아-친 EU 노선을 표방해왔으나 그동안 정치적 직책을 맡은 적이 없는 데다 국정 운영 계획이나 핵심 구성원들이 드러나지 않고 있어 그의 정책 방향은 아직 미지수이다.
포로셴코 대통령의 부진은 정치적 기득권 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 국내의 만연한 부패 일소 작업이 부진한 데 따른 지지도 하락 때문으로 보이나 서방 지도자들로부터는 느리지만, 안정적인 국가 재정 상황과 경제개혁, 그리고 러시아 영향 배제 등 정책으로 높은 지지와 함께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받아왔다.
EU의 한 고위 관리는 "가장 위험이 적은 시나리오는 포로셴코가 유임하는 것"이라면서 "젤렌스키의 경우 그의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그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그의 철학이 무엇인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고 지적했다.
소련으로부터 독립 이후 우크라이나는 정치 권력이 우크라이나어 사용지역인 서부와 러시아어 지역인 동부 사이에서 번갈아 오갔다.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유대인인 젤렌스키는 TV 스타로 학교 교사가 대통령이 되는 드라마 주역을 맡았다가 드라마 속의 역할을 현실화하기 위해 올 초 출마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대선 95% 개표 결과 "젤렌스키 30%, 포로셴코 16%" / 연합뉴스 (Yonhapnews)
젤렌스키는 또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예술인과 러시아어 사용에 전향적 입장을 취해왔으며 EU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대해서는 국민투표를 요구해왔다.
또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젤렌스키의 이러한 입장은 우크라이나 일각으로부터 반역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포린폴리시(FP)와 폴리티코 등 정치전문 매체들은 젤렌스키가 포로셴코에 비해 훨씬 친 러시아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FP는 만약 젤렌스키가 드라마 속의 대통령을 실제로 재현한다면 '위험한 친러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젤렌스키에 비공식 조언을 제공하고 있는 올렉산드르 다닐유크 전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인들은 아무도 믿지 않기 때문에 젤렌스키에 표를 던질 것"이라면서 "젤렌스키가 경험이 일천할 수도 있지만 이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포로셴코 현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정책에 대한 대외적인 신뢰도와 러시아 푸틴 정권에 대한 강경노선을 내세우고 있으나 푸틴은 포로셴코가 현직에 있는 한 관계 개선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푸틴의 이러한 입장이 우크라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지만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러시아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왔다면 한편으로 러시아가 이번 대선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올 초 EU 회원국 대사들이 젤렌스키의 견해와 계획 등을 파악하기 위해 그를 만났을 때 부패 퇴치 외에는 별다른 구상을 밝히지 않았다.
분쟁 해결이나 경제개혁, 그리고 포로셴코 대통령의 친 EU 노선을 어떻게 답습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언급이 없었다. 그를 만났던 한 EU 대사는 "만약 젤렌스키가 당선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린 단지 추측할 수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도 아직 우크라이나 대선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17년 트윗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2016년 대선에서 경쟁자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조용히 지원해왔다고 주장, 현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시사한 바 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달래기 위해 조 바이든 부통령이 수차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서는 제재와 첨단 무기공급 등 오바마 행정부 못지않은 지지를 제공해오고 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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