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민 입장 사회적 합의 필요"…조합 "11년 전 이미 공론화 거쳐"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10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간 부산시민공원 주변에 60∼65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민선 7기 오거돈 부산시장이 "초고층 아파트가 시민공원 조망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재검토를 시사. 제동이 걸렸다.
이에 재개발조합 주민은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사업지연으로 인한 재산 손실과 피해는 부산시가 책임져야 한다"며 반발, 사업이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 10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시민공원
부산시민공원 부지는 1910년 토지조사사업이란 미명 하에 일제에 빼앗겼고 해방 후에는 미군이 오랫동안 주둔해왔던 곳이다.
2006년 미 캠프 하야리아 폐쇄로 미군이 부지를 반환하자 부산시민공원 조성이 급물살을 탔다.
부산시는 2008년 부산진구 부전·연지·범전동 일대 89만㎡를 6개 구역으로 나눠 시민공원과 주거상업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며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고시를 했다.
이 계획은 주민 공청회와 도시계획위원회 등을 거쳐 확정됐다.
5구역에 해당하는 시민공원은 2011년 8월 착공해 2014년 5월 마침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전체 면적 47만3천279㎡ 규모인 부산시민공원에는 97종 85만여 그루 나무가 심어져 시민이 즐겨 찾는 도심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 시민공원 주변 4개 구역 고층 건물 제동
시민공원 주변에는 60∼65층 규모 아파트·상가를 건립하는 재개발구역 5곳이 있다.
촉진 1구역(6만334㎡), 2-1구역(13만4606㎡), 2-2구역(2만3347㎡), 3구역(17만8천658㎡), 4구역(3만9433㎡) 등은 시민공원 3면(동·서·남)을 둘러싸고 있다.
2-1구역과 3·4구역은 재개발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 교통영향평가 절차가 완료됐으나 지난해 경관심의가 유보된 상태다.
1구역과 2-2구역은 아직 조합이 설립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오 시장은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시민공원 조망 사유화 문제를 언급하며 부산시민 입장에서 한 번 더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사업과 관련해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시의원, 도시계획, 건축, 환경 전문가, 시민단체 등 16명이 참여하는 '시민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시민자문위원회는 지금까지 5차례 회의를 했고 이달 중으로 6차 회의에서 시민공원 주변 재개발 계획에 관한 의견을 정리해 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 조합 "11년 전 부산시 결정 뒤집어…사유재산 침해" 반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측은 민선 7기 출범 이후 느닷없이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지구 내 아파트 최고 높이와 관련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각종 심의가 전면 중단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 1∼4구역 조합은 지난 3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거 없는 시민자문위원회를 해체하고 11년 전 시가 결정 고시한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 촉진계획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황기원 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은 "시민공원 주변 주민은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했고 도로 등을 기부채납하는 등 오직 재개발을 위해 고통을 분담했다"며 "11년 전 수차례 주민설명회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청회와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부산시가 마련한 계획을 지금 와서 시민자문위원회를 만들어 뒤집으려 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조합장은 "주민들이 1만7천평 땅을 제공했고 1천200억원을 지원했는데도 건축 제한, 심의 지연 등에 발목이 잡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시간과 싸움인 재개발사업 특성상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 비용부담과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 조합원은 "어렵게 유치한 건설사가 이탈해 사업추진이 못하게 되면 시민공원 주변 촉진구역 슬럼화는 장기화할 것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시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주거 건물 층수 얼마나 줄일 수 있나
시민자문위원회가 검토 중인 시민공원 주변 재개발 계획에 관한 의견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합 측은 "자문위에서 검토한 1안은 촉진계획 전체를 변경하는 것이고, 2안은 최고 층수를 1구역 65층, 2구역 45층, 3·4구역 35층, 2-2구역 건축 불가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렇게 하면 사업성이 급격히 나빠져 조합이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배용준 부산시의원은 "옛날에 정한 기준을 지금의 잣대로 다시 보더라도 부산시가 시민공원 조성을 위해 땅을 내놓은 주민을 상대로 시민 여론을 등에 업고 일방적인 행정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조합은 공공성을 고려해 시민 눈높이에 맞춰 일부 층수를 낮추고 시는 줄어드는 용적률만큼 보상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타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부산시민의 소중한 자산인 시민공원을 시민 입장에서 개발 문제를 한 번 더 고민하고 사회적 타협점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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